흉노⑨…내란의 시기, 몽골초원이 사분오열하다 > 종합 역사자료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종합 역사자료실

[북방사] 흉노⑨…내란의 시기, 몽골초원이 사분오열하다

송화강 2020-04-22 (수) 14:41 5년전 11511  
흉노⑨…내란의 시기, 몽골초원이 사분오열하다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0.03.29 13:06

혈통 정통성 사라지며 지역 왕들의 독립…호한야선우, 한나라에 손내밀다

 

흉노의 선우는 연제씨(攣鞮氏가문에서 내려왔다선우가 죽으면 장자가 계승하는 것이 원칙이었다대가 끊기면 몽골의 쿠릴타이처럼 부족장과 대신들의 모임인 대인회의에서 후계자를 결정했다.

 

9대 차제후(且鞮侯單于재위 BC101~97)는 임종을 앞두고 맏아들에게 선우 위를 물려주라는 유언을 남겼다좌현왕이었던 장자는 병을 앓고 있어 아버지 장례에 참여하지 못했다대인회의에서는 둘째 아들을 선우로 옹립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장자가 뒤늦게 선우의 막사(單于庭)에 나타났다동생은 마땅히 형이 선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형제는 우애가 깊었다대신들도 형제의 의견을 받아들여 형을 선우로 모셨으니, 10대 호록고선우(狐鹿姑單于재위 BC 97~85).

 

호록고는 선선이 선우 자리를 돌려준 동생이 고마워 자신이 죽으면 선우자리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하고 좌현왕에 책봉했다좌현왕은 대개 후계자에게 책봉하는 자리다몇 년뒤 선우의 동생인 좌현왕이 갑자기 병사했다그러자 선우의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동생이 죽었으므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호록고는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기 위해 좌현왕에 책봉했다그리고는 죽은 동생의 아들 선현탄(先賢撣)을 서열이 낮은 일축왕에 봉했다.

 

몽골 초원에 엄청난 폭설이 내려 수많은 사람과 가축이 죽어 나가자 호록고는 신의 징벌이 내렸다고 여기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임종을 앞두고 호록고는 내 아들 좌현왕이 어려서 나라를 다스릴수 없으니 우곡려왕에게 선우를 물려주라고 유언을 남겼다우곡려왕은 호록고의 또다른 동생이었다호록고가 반성을 했다면 조카 일축왕을 후계로 정해야 옳았다호록고의 변덕은 BC 86년에 그가 죽고 큰 분란을 일으켰다.

 

선우의 정실부인을 전거연지(顓渠閼氏)라고 한다호록고의 전거연지는 친아들 좌곡려왕에게 선우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호록고의 유언을 비밀로 했다이어 좌곡려왕이 선우가 되었으니, 11대 호연제선우(壺衍鞮單于재위 BC 85~68)호연제는 나이가 아렸으므로전거연지가 섭정이 되어 권력을 휘둘렀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 없는 법호록고의 유언이 새어 나갔다자신이 마땅히 선우가 될 것이라 생각한 왕들이 많아졌다좌현왕우곡려왕일축왕은 호시탐탐 선우 자리를 노리며 호연제가 실수를 하길 기다렸다.

 

호현제 시기에 흉노는 약해질대로 약해져 있었다서쪽의 오손(烏孫)을 공격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나라를 약탈하려 하다가 오히려 수많은 병사들이 사로잡혔다어느 해엔 폭설이 내리고또다른 해엔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홍수와 눈사태가 발생했다흉노는 하늘을 믿었다하늘이 선우를 벌하고 있다고 여겼다그는 재위 17년만에 죽었다.

 

호연제가 죽고 배 다른 동생인 좌현왕이 선우가 되었으니, 12대 허려권거선우(虛閭權渠單于재위 BC 68~60)그는 자신을 밀어낸 전거연지를 폐위시켰다전거연지는 폐위된 후에도 호시탐탐 정권탈취를 노렸다.

허려권거가 선우로 즉위한 후에도 내부의 분란은 가라앉지 않고 한나라와의 전쟁에서 줄곧 밀리기만 했다허려권거는 BC 60년에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은채 급사했다.

 

활을 쏘는 흉노병의 기마상 (BC 50~ AC 50년경 추정) /위키피디아 활을 쏘는 흉노병의 기마상 (BC 50~ AC 50년경 추정) /위키피디아

 

폐위되어 있던 전거연지가 선수를 쳤다전국의 왕과 대신들이 모여 후임 선우를 논의하는 대인회의가 소집되었다전거연지는 지방의 왕들이 다 모이기도 전에 자신과 내연 관계에 있는 우현왕 도기당(屠耆堂)을 일방적으로 천거해 선우에 옹립했으니, 13대 악연구제선우(握衍胊鞮單于재위 BC 60~58).

 

뒤늦게 도착한 지방의 왕들은 악연구제가 불법적으로 선우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게다가 악연구제의 핏줄도 모호하다전거연지는 도기당이 6대 오유선우(烏維單于)의 이손(耳孫, 8대손)이라고 했는데정통 핏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악연구제는 잔혹한 인물이었다그는 대인회의를 소집한 학숙왕 형미앙을 주살하고전임 허려권거의 아들과 파면하고 그 자리를 자기 아들로 채웠다악연구제는 전거연지를 아내로 맞았고처남이 된 도륭기(都隆奇)를 중용했다.

 

일축왕 선현탄은 이번에도 선우가 되지 못하자 아예 한나라로 투항해 버렸다악연구제는 구실을 만들어 선현탄의 두 동생을 붙잡아 죽이려 했다선현탄에게는 누이가 있었는데남편이 오선막(烏禪幕)이란 대신이었다오선막은 처남들을 살리기 위해 선우를 찾아가 애원했지만 선우는 보기좋게 두 처남을 죽여버렸다오선막의 집에는 허려권거의 둘째 아들이자 사위인 계후산(稽侯狦)도 피신해 숨어 있었다.

 

격분한 오선막은 고석왕(姑夕王등 흉노 동쪽의 여러 왕들과 연합해 사위 계후산을 선우로 옹립했으니호한야선우(呼韓邪單于재위 BC 58~31)일시적으로 두명의 선우가 생겼다민심은 호한야에게로 쏠렸다새로운 선우가 등장하자 잔혹한 악연구제 곁에 있던 병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자신의 친동생인 우현왕마저 등을 돌리자 악연구제는 자살했다호한야가 명실상부한 14대 선우로 올랐다.

 

호한야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인물이었다그는 두가지 잘못을 저질렀다첫째는 나라가 평안해졌다고 오판하고 수하의 몇몇 군사만 남기고 각지의 군대를 해산했다둘째자신의 승리를 도운 악연구제의 동생 우현왕을 제거하려 했다우현왕은 형인 악연구제의 지원요청을 거부하고 정통성이 있는 호한야를 밀었다하지만 호한야는 우현왕의 부하들을 사주해 우현왕을 살해하려고 시도했다.

 

우현왕은 도륭기의 반역 제안을 받아들여 스스로 선우기 되지 않고대신에 당형인 박서당(薄胥堂)을 도기선우(屠耆單于)로 세우고 배후조정하려 했다하지만 우현왕도 음모에 휘말려 도기선우에게 죽임을 당했다.

 

또다시 흉노엔 두명의 선우가 대립했다호한야는 군사를 해산했기 때문에 수세에 몰렸다그러자 서북의 호게왕(呼揭王)도 스스로 선우(呼揭單于)라고 칭하며 군사를 일으켰다그러자 선현탄의 형도 원래 선우 자리는 자신의 것이라며 차리선우(車犁單于)라고 칭했다이번엔 호한야의 방어군 수장인 오적도위(烏藉都尉)도 혼란을 틈타 선우(烏藉單于)라 불렀다. BC 56년에 흉노 땅에 한꺼번에 다섯 선우가 병립하게 되었다.

 

흉노 선우계보도 /흉노제국이야기, 張金奎저 흉노 선우계보도 /흉노제국이야기, 張金奎저

 

다섯 선우의 최후승자는 호한야였다몽골초원의 종족들은 정통성을 갖는 사람을 중심으로 뭉치는 습성을 갖는다도기선우가 차리오적호게선우를 차례로 몰아내고 호한야와 대결했지만 호한야를 중심으로 불어난 세력을 이겨낼수 없어 결국은 투항했다호한야는 마침내 흉노를 통합해 유일 선우가 되었다.

 

그러나 곧 흉노는 갈라졌다호한야는 형 호도오사(呼屠吾斯)를 좌곡려왕에 봉하려 했는데호도오사는 동쪽의 광대한 땅을 차지하며 스스로 질지골도후선우(郅支骨都侯單于)라 칭하며 독립했다그러자 도기선우의 사촌인 휴순왕(休旬王)이 서쪽에서 자립해 윤진선우(閏振單于)라 칭했다또다시 흉노는 셋으로 나누어졌다윤진은 질지선우를 공격했으나섬멸당했다.

 

그런데 도기선우의 동생이 서쪽으로 도주해 일대를 차지하고 이리목선우(伊利目單于)라고 칭했다그는 일대의 형제들을 규합해 영토를 확장했다또다시 세 선우의 시대가 된 것이다하지만 이리목선우는 곧바로 질지선우의 공격을 받아 죽고그의 군사 5만명이 질지에게 넘어갔다.

 

짧은 시간에 8명이 선우라 주장하며 각축전을 벌였다마지막으로 질지와 호한야의 두 형제 싸움으로 압축되었다흉노의 역사에서 질지선우를 서흉노호한야선우를 동흉노라고 부른다호한야의 군사는 질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약했다질지는 호한야가 차지하던 수도 선우정을 빼앗았다쫓기던 호한야는 결국 남쪽으로 눈을 돌려 한()나라와 동맹을 맺어 형 질지와 대치하게 된다.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순서대로 입력하세요.

회원로그인

최신 댓글
  • 게시물이 없습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249
어제
500
최대
4,666
전체
1,069,600


Copyright © 한퓨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