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와 시카고 콜롬비아 박람회
- 스튜어트 컬린의 <한국의 놀이>라는 책의 중요성 -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문화가 있다면, 한글과 윷놀이가 빠질 수 없다. 네덜란드의 역사가 호이징가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우리나라 윷놀이는 세계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1893년은 세계 코리안 해외동포 역사의 출발의 해였다. 이미 시카고 코리안 동포사회에서 지난해 말 일어난 <1893 한국전시관복원기념사업회>는 세계 해외 코리안 동포 역사를 새로 정립하고 있다. 이 글은 이 사업의 한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1893 코리아 전시관의 여러 다양한 우리 문화의 복원 사업에 관련하고 있다.
1893 시카고 박람회는 최초로 해외 코리안이 현지에서 나타났다는 의미와 더불어 코리아의 최초 해외 행사의 참여의 역사적 사건에 더하여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크게 알려진 시초였다.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우리 전통의 놀이문화였다. 코리아의 놀이문화가 110년전 시카고 박람회를 통하여 집중적으로 시선을 받은 것이다.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 컬럼비아 박람회는 한국의 전통문화 가운데 특히 놀이문화가 세계적인 존재로 부각시켰는데 그 가운데 특히 윷놀이는 '세계사적인 놀이의 원형'으로 칭해지고 있다는데서 의미가 더욱 크다. 시카고 박람회 당시,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1858~1929)은 자신이 한국에서 체류할 당시 모아놨던 놀이도구들을 전시했고, 2년 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한국의 놀이를 소개하는 책을 펜실베이니아대학 출판부에서 펴낸다. 이것이 1895년에 500부 한정판으로 나온 <한국의 놀이-유사한 중국, 일본 놀이와 관련해> (Stewart Cullinm, Korean Games-With Notes on the Corresponding Games of China and Japan)라는 책이다.
이 책은 늦었으나 2003년초 히로시마 대학에 재직중인 윤광봉 교수에 의하여 번역된 <한국의 놀이>(열화당)라는 이름으로 한글로 번역되었다. <한국의 놀이>에는‘윷놀이’ ‘장기’ ‘바둑’ ‘공기놀이’ 등 현재까지 전해지는 놀이도 있지만, ‘스라미’ ‘죽방울’ ‘무등(燈초)’ ‘거미줄채’등 대부분은 이제 그 흔적을 찾기도 힘든 전통놀이들이 많다. 스튜어트 컬린은 이 책에서 모두 97가지의 한국 전통놀이를 삽화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의 세계적인 고고학자이며 민속학자 스튜어트 컬린은 “한국의 윷놀이는 전세계에 걸쳐 존재하는 수많은 놀이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며 극찬했다.
그는“고대 점술에 기원을 둔 윷놀이는 우주적이고 종교적인 철학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컬린은 또 인도의 힌두 게임인 ‘파치시(pachisi)’와 ‘차우자(chausar)’의 도형은 십자형이 있는 윷판을 확장한 형태라며, 윷놀이에서 발전된 놀이가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무사시(八道行成)라는 사실을 놀이 방식이나 판의 형상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컬린은 윷놀이의 기원을 서기 3세기쯤으로 추정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학 고고학박물관에 소장된 윷판이 중국 항우와 유방의 전투에서 28명의 기마병들이 항우를 보호하고 있는 형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하며, 그 윷판의 각 지점에 쓰인 송시(訟詩)의 한자가 당시 고사(故事)를 전해주는 한시로 이뤄진 사실 등을 예로 들며 이같이 주장했다. 윷판이 중국의 고사인 "漢沛公西入定關中 … 楚覇王南出潰圍中"이라는 글귀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윷점이 주역의 64괘와 연관된 점을 볼 때, 항우보다 더 오래된 주역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이 한국의 윷놀이이다. 주역은 이미 우리나라 태극기와도 깊은 관련이 있으며 더불어 윷놀이와도 관련이 있다 할 때 윷놀이는 대한민국의 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야구가 1893년 시카고 박람회 때 전시되었던 코리안의 윷놀이 문화와 유사하다는 것에서 재미있는 인연을 가진다.
정초에 행해지는 민속놀이에는 널뛰기, 연날리기, 윷놀이 등이 있어 왔으나, 이 중 널뛰기는 1960년대 이후 자취를 감추었고, 연날리기와 윷놀이는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 1980년대부터는 집집마다 '고스톱'이라는 화투놀이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놀이의 큰 기둥은 윷놀이다.
<한국의 놀이>는 19세기 말 한반도에서 유행하던 95가지의 놀이를 연구한 스튜어트 컬린이 시카고 박람회 전시 코리안 놀이기구 및 여러 곳에서 수집한 한국의 놀이기구를 서양의 체스나 일본의 야사스카리(八道行成)도 윷놀이에서 비롯했다고 주장한 것을 우리는 보다 더 깊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오른 편에 보이는 그림은 미국 자료에서 얻은 윷놀이 표기법이다. 그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컬린의 책에는 당시 풍속화가인 기산(基山)의 채색화 22점과 한국 중국 일본의 놀이 관련 자료 도판 151컷이 실려 있는 <한국의 놀이>에는 윷놀이는 물론, 연싸움·줄다리기·택견·팽이·씨름·제기차기 등은 물론, 물택견·수벽치기·순라밥·숫자세기(다리세기 놀이) 스라미·죽방울·무등·거미줄채·유객주(留客珠·ring puzzle) 등 다양한 95개의 놀이를 망라하고 있다.
윷놀이에서 말판을 쓸 때 말을 합치는 것을 '붙였다'고도 하고 '구웠다'고도 한다. 말이 나는 것은 그 개수에 따라 `단동내기``두동내기``석동내기``넉동내기` 등으로 구분해 부른다. 윷놀이는 좀 더 고전적인 형태에서는 윷판 중앙의 원에 중국 진나라 말기의 장수 항우(項羽)의 이름을 써 넣었던 것은 그 형상이 중국의 항우와 유방 전투에서 28명의 기마병들이 항우를 보호하는 것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윷놀이의 말판이 여러 형태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윷은 점술과도 관련이 깊다. 우선 <척성법(擲成法)>이라는 한국책자를 사용하던 척사점(擲柶占)이라는 점보기에 윷을 사용했다. 중국의 점술책에 나오는 64괘(卦)는 윷가락처럼 두 면을 가진 막대들을 던졌을 때 나올 결과의 조합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괘라는 말은 윷놀이의 뒤집어지는 형태를 중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역의 6효의 음효 양효의 혼합으로 64괘를 만들어낸다. 음효 양효는 윷으로 말하면 뒤집어지는 것과 엎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주역의 64괘와 관련한 태극기를 국기로 사용하는 우리나라가 윷놀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 다음 장에 계속 -
(0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