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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골도시에서 발견한 미국인들의 애국심

송화강 2019-04-16 (화) 15:31 6년전 6793  

미국 시골도시에서 발견한 미국인들의 애국심

국가를 위해 희생한 가치의 귀중함을 잘 가르치지 않는 우리와 대조

 
저는 2011년 10월 초부터 8개월간 개인 연수차 미국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시(市)에 머물다 왔습니다. 오하이오의 주도(州都)인 콜럼버스는 주변에 10여 개의 위성도시까지 합해 인구가 200만명 정도 됩니다. 제가 머물럿던 곳은 좀 더 정확하게는 콜럼버스에서 동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위성도시 파타스칼라(pataskala)라는 곳입니다.
  
파타스칼라는 인구가 1만2000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소도시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미국의 4대(大) 명절-독립기념일, 핼러윈,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중 독립기념일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명절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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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날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먹기 전 기도하고 있다.

랜디(56)라는 미국인이 자기 누나 집에서 하는 추수감사절 식사에 저를 초대해서 가보았습니다. 음식을 사이에 두고 온 식구가 손을 잡고 감사 기도를 올린 다음 다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소 낯선 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식사 후 여자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데, 남자들은 집 뒤쪽에 있는 덱에 모이더니 각자 가지고 온 총을 꺼내놓고, 뒤뜰에 마련된 표적을 향해 사격을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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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 식사를 마친 남자들이 따로 모여 사격을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도 사격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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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가까이 그랬습니다. 저도 이날 권총을 비롯해 여러 가지 총을 쏴보았습니다.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총을 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총은 미국의 건국과 개척시대의 프런티어 정신을 상징하기 때문에 미국인들-특히 백인들-은 총을 정말 사랑하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저를 초대한 랜디 씨도 집에 총을 10자루 정도 가지고 있습니다. 장전된 총 3정은 집 곳곳에 두고, 나머지 총은 별도의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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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의 캐비넷에 있는 총. 랜디는 캐비넷뿐 아니라 벽난로 위, 침대옆, 서랍안 등 집안 곳곳에 권총과 장총을 두고 있다.
   
  집안 곳곳에 성조기
  
사격이 끝난 후 저는 랜디 씨의 누나 집 안팎을 둘러보았습니다. 평범한 미국 가정이었지만, 마당에는 별도로 세워놓은 국기 게양대에 성조기를 걸어놓았습니다. 집 바깥 벽 처마 아래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별 모양의 쿤 장식 두 개가 박혀 있었고, 집안 곳곳에도 미국을 상징하는 별과 성조기, 각종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화장실 한곳만 살펴보면, 작은 성조기가 2개, ‘AMERICA’라는 글자가 새겨진 나무 블록 세트, 국기가 그려진 장난감 트럭과 국기 옷을 입은 테디베어 곰인형, 별이 달린 수건걸이 2개, 별 모양의 꽃꽂이 장식, 성조기가 그려진 목욕 수건과 손수건, 성조기와 독수리가 그려진 전기 스위치, 성조기가 그려진 액자가 있었습니다. 
  
집안에 걸린 달력 하나에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각종 사진이 실려 있고, 맨 아래 ‘우리가 용감했기 때문에 우리 가정(조국)이 자유를 누린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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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골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집. 성조기가 집앞에 걸려있고 집 외벽에는 미국의 상징인 별이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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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내부에도 미국을 상징하는 장식물이 곳곳에 걸려있다.
 
하루는 시간을 내서 제가 머무는 파타스칼라 시내를 걸어서 돌아보았습니다. 우리의 작은 시골 면(面) 소재지보다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성조기를 내걸고 있었습니다. 타운 한가운데 저의 눈길을 끄는 기념비가 하나 있어서 가보았습니다. 그동안 미국이 치른 모든 전쟁에서 전사(戰死)한 파타스칼라 출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위령(慰靈)탑이었습니다. 조형물 주위의 성조기를 비롯해 모든 깃발이 조기(弔旗)로 게양되어 숙연한 분위기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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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도시인 파타스칼라 시내 주택밀집지역에는 평소에도 집집마다 성조기가 걸려 있었다.

바닥에는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진 벽돌이 박혀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사람들이고, 6·25전쟁에서 유명을 달리한 분의 이름도 여럿 보였습니다. 조형물 옆에는 주민들이 쉴 수 있는 정자가 하나 있었고, 정자 앞에는 생화(生花) 꽃다발 2개와 함께 다음과 같이 쓰인 바닥 비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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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스칼라 중심에 있는 참전 희생용사 기념비.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이처럼 지역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다.

 ‘이 위대한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희생한 파타스칼라의 용감한 남녀에게 이 정자를 바친다.’ 
  
저는 우리나라 전국을 많이 돌아다녀 보았지만, 면 소재지나 시 한가운데 자기 고향 출신의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어떤 기념비라도 세워놓은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는 학교마다 6·25 때 희생된 학도병 선배들이 있지만,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모교(母校) 선배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운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을 겪고 막 제대한 한 병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당시 “우리 군함 폭침의 원인을 두고, 야당 국회의원들이라는 사람들이 김정일을 편드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기와 전우들이 ‘저런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분하다고 했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또래들이 재잘거리는 길거리 군중 속으로 힘없이 사라지던 그의 뒷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자기가 누리는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의 결과라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오늘 밤 당장 집에서 두 발을 뻗을 수 있는 자유는 우리 젊은이들의 귀중한 청춘과 바꾼 자유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번영은 우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땀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가치의 귀중함을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반대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조롱하는 것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변태적이고 자학적인 안보관’에 많은 젊은이가 노출되어 있습니다. 국군의 날을 맞아 온 국민이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고,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도 자유를 가져다주겠다는 결의를 다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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