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기록에 남아 있는 13세기 지구 한랭화와 이에 따른 흉작 사태의 원인은 서기 1257년에 일어난 미지의 화산 폭발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과학자들이 인도네시아 롬복 섬의 사말라스 화산을 지목했다고 BBC 뉴스가 9월 30일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국제 연구진은 남극과 북극의 얼음에 흔적이 남아 있는 황과 먼지 성분이 롬복 지역에서 수집한 화산 폭발의 연대와 유형, 분출된 암석과 재의 확산 양상, 나무테 등 각종 자료와 일치한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들은 현지에 남아 있는 13세기 롬복 왕국의 멸망 기록도 이와 일치해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1257년의 화산 폭발은 멕시코나 에콰도르, 뉴질랜드 등지의 화산에서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돼 왔지만 이들 지역의 조건은 폭발 연대 및 지화학 자료와 일치하지 않으며 오직 롬복 섬의 사말라스 화산만이 모든 점에서 일치한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사말라스 화산은 지금은 흔적조차 없고 거대한 크레이터 호수만 남아 있을 뿐이다.
연구진은 롬복 화산 일대를 조사한 결과 폭발 당시 40㎦나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암석과 재가 분출됐고 미세한 입자들은 40㎞ 이상 상공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화산 폭발은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세 유럽 기록에 따르면 1258년 여름 이후 기상이 극도로 악화해 추위와 비가 끊이지 않다가 홍수까지 일어났다.
최근 고고학자들은 런던의 대규모 공동묘지에 묻힌 수천 명의 사망 연대를 1258년으로 밝혀냈다.
연구진은 “이 두 사건이 직결돼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당시 주민들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의 대규모 화산 폭발들과 비교한다면 사말라스 화산 폭발은 최소한 1883년의 카라카토아 화산과 1815년 탐보라 화산 폭발 정도 규모는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라카토아와 탐보라 역시 인도네시아의 화산인데 탐보라 화산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폭발을 일으켜 약 12만 명이 숨지고 산의 높이는 약 4천m에서 2천821m로 내려앉았다.
연구진은 빙핵 속에서 1809년의 또 다른 화산 대폭발 흔적도 발견했지만 정확히 어디서 온 것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면서 “이런 대재난의 증거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놀랍다. 도대체 지구 어느 곳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저작권자 2013.10.02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