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서해안서 주구묘 43기 무더기 발견
중앙일보 1999.11.26 10:12
서해안 고속도로 건설예정지 군산-고창 구간에서 무덤 봉분 주위를 따라 도랑을 판 주구묘(周
서해안 고속도로 건설예정지 군산-고창 구간에서 무덤 봉분 주위를 따라 도랑을 판 주구묘(周溝墓) 43기가 무더기로 발굴됐다.주구묘는 중심연대가 기원후 2-3세기대인 마한유적으로 추정되고 있는데다 전형적인 일본계로 알려져 있으며 그 원류가 어디인지를 알 수 없었던 일본 전방후원형(前方後圓型) 고분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더구나 이번 주구묘에서는 이전에 발굴된 서해안 다른 지역 주구묘와는 달리 매장된 인물이 누구이며 언제 조성됐는지 따위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각종 부장 유물과 함께 온전하게 출토됐다.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를 비롯한 연합발굴조사단은 지난 5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군산-고창간 서해안 고속도로 건설구간 예정지에서 주구묘 43기 말고도 옹관묘13기, 청동기시대 집자리 41기 및 가마터 4기를 조사했다고 25일 말했다.주구는 무덤 앞부분이 네모나고 봉분이 있는 뒷부분은 둥그런 형태를 하고 있는 일본의 전방후원형 고분에서 흔히 발견되는 것으로 최근 한국에서도 이런 주구를 갖춘 고분이 지난 97년 이후 서해안 일대에서 잇따라 발굴되고 있다.특히 이번에 조사된 주구묘 중 고창 성남리 고분에서는 목관을 중앙 부분에 안치하고 옹관은 주구나 주변에 배치되고 있음이 확인됐으며 주구묘 목관에서는 철부와 철도자, 이중구연호, 양이부호 등이 출토됐다.따라서 이 주구묘는 혈연관계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을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런데 이들 주구묘는 조성연대가 기원후 2∼3세기 즈음이며 조성주체가 백제에 밀린 마한으로 추정되고 있어 기원후 4세기쯤 이후에 출현하는 전방후원형을 비롯한 일본 주구묘의 원류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 고고학계에서는 보고 있다.최완규 원광대 교수는 “이러한 주구묘는 일본에서는 많은 수가 발견돼 일본 야요이시대부터 고분시대 전기에 걸치는 고유묘제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한반도 서해안에서도 잇따라 발굴됨으로써 한일 두나라의 고대문화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