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구려 지우고 만주족 띄우며 한민족의 만주 緣故 삭제 시도
조선일보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입력 2016.05.25 03:00 | 수정 2016.05.25 14:51
[고대사의 진실을 찾아서] [8] 동북공정과 장백산 문화론
'백두산' 관련 표현 제거하고 중국적 조형물 대거 세워 홍보
백과사전 출간해 中 색채 강화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사진
조법종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중국은 1990년대 초 사회주의권 몰락에 대응해 중국의 단결을 목표로 한 '신(新)중화민족주의'를 주창했다. 그리고 이를 체계화하기 위해 중화 민족의 역사 구심력 강화를 위한 '하상주(夏商周) 단대(斷代)공정'과 '중화 문명 탐원(探源)공정'을 추진했다. 그리고 중국 영토 내 이민족들의 역사를 중국화하는 북방공정(몽골족), 서남공정(티베트족)과 동북공정(조선족) 등으로 중화 역사의 원심력을 확장하려 하였다.
동북공정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준비해 2002~2007년 동북 3성 지역의 역사와 안정(安定)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고조선·고구려·발해의 역사가 중국사에 귀속된다고 주장한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이곳이 한민족의 발상지이자 핵심 역사라는 점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특히 한반도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통일 한국의 국호로 나타날 'KOREA'의 연원인 '고구려'를 중국사로 귀속시켜 통일 이후 조선족의 귀속과 간도 문제 등을 차단하려는 정치 목적에 의한 것이었다.
동북공정의 핵심 논리는 중국의 정사(正史)가 외국으로 보았던 고구려·발해를 현재 중국 영토에 있었다는 이유로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패권주의적 역사 인식이다. 이는 북한의 불안정성이 고조될 경우 과거 고구려 영역에 대한 역사 연고권을 바탕으로 북한 지역을 장악하는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동북공정은 단순한 역사 귀속 논란이 아니라 한반도 복속을 위한 중국 확장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왼쪽은 백두산의 관문인 이도백하의 장백산 자연사 박물관 앞에 있는 청나라 강희제의 사냥 모습 동상. 청나라의 전성기를 연 강희제를 통해 백두산이 만주족 발상지라고 강조한다. 위는 장백산 만족문화전시관의 발해 건국자 대조영 흉상. 말갈 추장이자 만주족 조상으로 서술했다.
왼쪽은 백두산의 관문인 이도백하의 장백산 자연사 박물관 앞에 있는 청나라 강희제의 사냥 모습 동상. 청나라의 전성기를 연 강희제를 통해 백두산이 만주족 발상지라고 강조한다. 위는 장백산 만족문화전시관의 발해 건국자 대조영 흉상. 말갈 추장이자 만주족 조상으로 서술했다.
동북공정이 공개된 이후 남·북한 및 국제적 비난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이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고구려의 중심 공간인 지린성에서는 동북공정 논리를 지역화하여 '장백산 문화론'으로 변형시켜 '고구려 빼앗기'에서 '고구려 지우기와 만주족 띄우기'로 더욱 심각한 역사 왜곡을 진행하고 있다. 장백산은 백두산을 부르는 중국의 명칭이며 '장백산 문화'란 백두산 권역이 현재의 중국 민족인 만주족 발상지이기 때문에 중화 민족의 공간이라는 논리이다. 또 만주족의 뿌리가 발해와 고구려이므로 결국 백두산 권역의 역사와 문화가 중국의 역사 문화라는 것이다.
중국은 한민족의 상징인 백두산 관련 표현을 옌볜 조선족의 기록에서 제거하고, 백두산의 관할권도 2005년 장백산 보호개발 위원회로 이관해 옌볜 조선족과의 관련성을 차단했다. 특히 2010년 장백산 문화건설 공정을 시행하여 장백산 관광리조트 건설 및 관련 인삼·광천수 사업을 확대해 중화 민족의 생활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또한 청(淸)나라 시조의 사당(돈화), 장백산 만족(滿族) 문화 박물관(백산), 동북민족 민속박물관(장춘), 장백산역사문화원(안도) 등을 조성하고 백두산을 관할하는 이도백하 지역에는 장백산과 관련된 중국적인 신화를 창작하고 수십개의 조형물을 세워 홍보하고 있다. 2014년에는 장백산 문화 백과사전이라고 자랑한 '중국 장백산 문화'를 출간해 백두산에 중국 덧씌우기를 강화했다.
그런데도 한국은 백두산 관련 연구기관 하나 없고 종합 연구서도 제대로 간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제 우리도 분열된 역사 구심력과 원심력에 대한 새로운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남북한 역사 구심력의 상징인 백두산에 대한 국가적 연구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백두산 문화'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역사 인식 체계를 구축해 중국의 논리에 대응하고 통일 한국의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5/201605250019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