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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자료] 한국통서 서언

송화강 2019-05-29 (수) 15:58 6년전 4641  

한국통사 (1915년) 

 

조선후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생존한 학자 박은식이 우리나라 근대사를 종합적으로 서술하여 1915년에 간행한 학술서.역사서. 한국통사는 한 나라의 국교(國敎)와 국사(國史)가 없어지지 않으면 나라도 결코 망한 것이 아니라는 신념 아래, 민족주의 사관에 입각해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서술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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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國痛史 緖言


太白狂奴 著


大陸之元氣東走於海而極於白頭山北開遼野南爲韓半島

대륙의 원기(元氣)는 동쪽 바다로 달려 백두산에 극하고, 북쪽으로는 요동평야를 열고 남쪽으로는 한반도를 이루었다.

 

韓健國於唐堯之世, 人文夙開, 其民篤於倫理. 天下以君子之國秤之, 而歷史綿綿乎四千三百餘年矣.
한국은 중국 요임금 시대에 건국하여 인문(人文)이 일찍이 열렸고, 그 백성은 윤리가 돈독하여 천하가 군자의 나라로 칭하였으며 역사는 끝없이 이어져서 4,300여 년이 되었다.

 

嗚呼! 昔日之文化, 波及於極東三島, 彼之飮食衣服宮室, 出於我矣, 宗敎與學術, 出於我矣.
오호라! 옛날의 문화가 극동 3도(島)에 영향이 미쳐 저들(일본)의 음식ㆍ의복 궁실이 우리로부터 나왔고, 종교와 학술이 또한 우리에게서 나왔다.

 

故彼嘗師之矣, 而今奈奴之耶

그러므로 저들은 일찍이 우리를 스승으로 삼아왔음에도, 이제는 우리를 노예로 삼으려 하는가.

 

余生丁陽九, 慟纏黍離, 旣不能死, 遂逃之以庚戌歲某月日, 朝辭漢京夕濟鴨水, 更溯北岸而上, 望慰禮城而止焉.
나는 재앙이 닥쳐왔을 때 태어나서 나라가 망하였음을 애통하였는데 이미 죽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피하여 달아나게 되었다. 경술년(1910년*) 몇 월 며칟날 아침에 서울을 떠나 저녁에 압록강을 건너 다시 북쪽 강을 거슬러 올라가 위례성(尉禮城)을 바라보며 걸음을 멈추었다.

 

俛仰今古, 曠感異常, 低回依戀, 久不能去, 而異域逋蹤, 對人增慚, 街童市卒, 擧若詈余以亡國奴者. 天地雖大, 負此安歸?

옛일과 이제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공허한 느낌이 더하여 머리를 숙이고 거닐며 그립고 애틋하여 오랫동안 떠나질 못했다.

외국에 망명하여 사람을 대하기가 더욱 두려우니 길거리의 철없는 아이들이나 시중의 하찮은 자들이 온통 나를 망한 나라의 종이라고 욕하는 것만 같다. 천하가 비록 크다고 하지만 이 치욕을 걸머지고 어디로 가겠는가.

 

時渾河秋暮, 蓬斷草枯, 猿哀鵂啼, 以余之哭辭松楸桑梓, 淚尙未乾, 而有此觸目添悲, 尤何以堪?
이때에 혼하(渾河)의 가을은 저물어, 쑥은 꺾어지고 풀이 마르고 원숭이는 슬퍼하고 부엉이가 울어댄다. 내가 울면서 고향을 떠나 아직 눈물이 마르지도 않았는데, 이런 모습을 보니 슬픔이 더하여 견딜 수가 없다.

 

瞻望故國, 雲烟縹緲, 佳哉! 山川. 吾祖宅之, 蔚乎森林, 吾祖植之, 膴原沃壤, 吾祖耕之, 金銀銅鐵, 吾祖採之, 家畜川魚, 吾祖養之.

고국을 바라보니 구름과 연기가 서린 듯 아득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산천이여, 우리 조상들이 여기에 살았고, 울창한 삼림이여, 우리 조상들이 이를 심었다. 기름지고 넓은 땅은 우리 조상들이 땅을 갈아 농사를 지었으며, 금ㆍ은ㆍ구리ㆍ쇠는 우리 조상이 이를 캐냈고, 가축과 물고기는 우리 조상이 이를 길렀다.

 

宮室以避燥濕, 衣冠以別禽獸, 器皿以資利用, 禮樂刑政以造文明, 皆吾祖之手澤也

궁실로 비바람을 피하였으며, 의관으로 모든 짐승과 구별하였고, 살림살이 그릇으로 생활을 도왔고 예악과 형정으로 문명을 이룬 것이 모두 우리 조상들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夫吾祖竭其無限之腦之血之汗, 而貽我子孫生産敎育之具者, 備焉.

무릇 우리 조상은 무한한 두뇌와 피와 땀을 다하여 우리 자손들에게 생산과 교육의 기구를 끼쳐 주어 모두 갖추도록 했다.

 

用克世世傳守, 以厚吾生, 以正吾德, 流의涕於長遠, 奈何一朝被他族之豪奪, 而糊口四方, 顚沛流離, 不堪其苦, 亦將滔滅絶之患耶?

이로써 대대로 전하고 지켜 우리의 생활이 넉넉하도록 했고, 우리의 덕이 바르게 되어 문화와 지혜가 길이 전하였거늘, 어찌하여 하루아침에 다른 민족에게 모질게 빼앗겨 사방에서 겨우 어렵게 먹고살게 되고 두렵고 겁이 나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망하여 없어질 근심과 재난에 빠지려 하는가.

 

且夫世之强暴者, 日以侵呑弱國, 淘汰孱種爲事, 受其慘毒者比比, 而莫吾韓若矣.

대체로 세상의 우악스럽고 사나운 자들은 날로 약소국을 침노하여 집어삼키고 약한 종족을 도태시키는 것을 일삼아 그 몹시 비참하고 끔찍한 고통을 받는 자가 많으나 우리 한국과 같은 나라는 없는 것 같다.

 

以古今亡國, 而比例之, 瑞典之與那威奧太利之與匈牙利, 均謂之合邦, 而其民族之待遇, 無等級之懸也, 韓人有是乎?
옛적과 지금의 망국을 비교하여 말하면 스웨던이 노르웨이와, 오스트리아가 헝가리와 모두 합방했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 민족의 대우는 차별이 없는데 한국인도 그렇다고 할 수 있겠는가.

 

土耳其雖倂埃及而猶存其王使之奉祀罔替而吾韓皇夷爲王爵矣

터어키가 비록 이집트를 합병하였으나 오히려 그 왕을 존속시켜 조상에게 제사 지내는 것을 쉬지 않게 했는데,  한국의 황제는 일본의 왕이나 귀족처럼 되었다.

 

英吉利之於坎拿大諸地許其有憲法以保障之立議會以維持之其與他國所訂之約俾皆一一保存之韓人能獲此乎

영국이 캐나다 등지에서 헌법을 갖도록 허락하여 그것을 보장하고 의회를 세워 이를 유지케 하고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을 일일이 보존케 하거늘, 한국인이 능히 이것을 획득할 수 있었는가.

 

彼其施政於韓者一以施諸台灣者施之而無差殊台非國也而等焉是亡國而尤下者也

저들이 한국에서 시행하는 정치는 대만에서 실시하는 것을 그대로 하듯이 차이가 없다. 대만은 나라가 아닌데, 한국을 그와 동등하게 대우하니 이는 망국으로서 가장 낮은 처우를 하는 것이다.

 

且夫人者絲身穀腹非如食壤飮泉之虫則所以資生者惟産業耳

또한 무릇 인간은 옷을 입고 음식을 먹으니 흙을 먹고 샘물을 마시는 벌레와는 같지 아니한즉 생활을 돕게 하는 것은 오직 산업뿐이다.

 

彼英之於印埃法之於安南美之於呂宋雖以强力佔其國權而民産固任其自保矣

저 영국이 인도와 이집트에서, 프랑스가 안남(安南)에서, 미국이 필리핀에서, 비록 강한 힘으로 그 국권을 차지하였으나 백성의 재산은 진실로 자신이 보전토록 맡겼다.

 

日本貧國也多窮民財政日絀債臺日高故苛稅暴斂加之韓民者式繁其條而窮民之赤手渡韓者蜂擁而至非奪我民之産者無以爲活自其政府急於植民而亦無資以給之雖欲施寬政於韓人存其生脈而勢有不能以此
일본은 가난한 나라이다. 궁한 백성이 많아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진 빚이 날로 늘어나는 까닭에 가혹한 세금과 지독한 조세(租稅) 징수로 한 사람에게 가하는 조목이 실로 많다. 그리고 가난하고 살기가 구차한 백성들이 빈손으로 한국에 건너오는 자들이 벌떼 같은데, 우리 백성의 재산을 빼앗지 않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일본 정부는 식민(殖民)하는 데만 급하여 또한 그들에게 줄 재물이 없으니, 비록 한인(韓人)에게 관대한 정치를 실시하여 그 생명의 줄을 보존케 하려 한들 형세가 이를 할 수 없다.

 

觀之古今亡國之慘孰有甚於韓者乎穹壤茫茫殘喘耿耿呌痛乎寃自不能已而古人云

이로써 보건대 옛날과 지금의 망국의 비참함이 한국보다 더 심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하늘과 땅은 아득하고 원기가 아주 약해져 숨길은 깜박깜박하여 아픔에 울부짖고 원통함을 호소하는 것을 스스로 그칠 수가 없다.

 

古人云 國家滅史不可滅 蓋國形也史神也

옛사람이 말하기를 나라는 없애 버릴 수 있으나 역사는 없앨 수 없다고 하였다. 그것은 나라는 형이고 역사는 신이기 때문이다.

 

今韓之形毁矣 而神不可以獨存乎 此痛史之所以作也 神存而不滅形有時而復活矣

이제 한국의 형체는 허물어졌으나 정신만이라도 오로지 남아 있을 수는 없는 것인가. 이것이 비통하고 분한역사를 저술하는 까닭이다. 정신이 존속하여 없어지지 않으면 형체는 부활할 때가 있을 것이다.

 

然是編也不過甲子以後五十年史耳烏足以傳我四千年歷史全部之神乎

그러나 이 책은 갑자년(甲子年 1864) 이후의 50년 역사에 불과할 뿐이니, 어찌 충분히 우리 4천 년 역사 전부의 정신을 전할 수 있겠는가.

 

是在吾族念吾祖而勿忘焉耳

이것은 우리 민족이 우리의 조상을 생각하여 잊지 않는데 있을 것이다.

 

夫耶路撒冷雖亡而猶太人流離異國不同化於他族至今二千年能不失猶太族之稱號者以能保其祖之敎也

저 예루살렘이 비록 망하여 유태인이 딴 나라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녀도 다른 민족에 동화되지 않고 지금까지 2천 년 동안 유태족(猶太族)이란 칭호를 잃지 않았던 것은 그 조상의 가르침을 보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印度雖亡而婆羅門能堅守其祖敎以待復興焉

인도가 비록 망하였으나 파라문이 능히 그 조상의 가르침을 굳게 지키고 부흥을 기다리고 있다.

 

若墨西哥之亡於西班牙也敎化文字盡滅今人種雖存而所誦皆班文所行皆班化所慕皆班人之豪傑則墨人種形雖存焉而神已全滅矣

멕시코가 스페인에 망하자 윤리와 도덕 그리고 문자가 모두 없어져 이제 인종이 비록 있으나 외우는 바가 모두 스페인의 글이고 행하는 바가 모두 스페인의 교화(敎化:윤리와 도덕)이고 우러러 사모하는 바도 모두 스페인 사람들의 호걸이니 멕시코인종의 형체(形體)는 비록 있으나 정신은 이미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다 없어져 버렸다.

 

今吾族俱以吾祖之血爲骨肉以吾祖之魂爲靈覺

오늘날  우리 민족 모두가 우리 조상의 피로써 뼈와 살을 삼고, 우리 조상의 얼로써 영혼을 삼고 있다.

 

而吾祖有神聖之敎化有神聖之政法有神聖之文事武功吾族其可他求耶

우리 조상은 신성한 교화가 있고, 신성한 정법(政法)을 가졌으며, 신성한 학문과 예술ㆍ무공(武功)이 있으니, 우리 민족이 어찌 다른 것에서 구해야만 하겠는가.

 

凡我兄弟念念不忘勿爲形神全滅區區之望也是則求諸是編之外吾族隆盛時代之歷史可也

무릇 우리 형제는 늘 생각하고 잊지 말 것이며, 형체와 정신을 전멸시키지 말 것을 간절히 바란다. 이러한 것은  곧 이 책 이외에 우리 민족이 융성하던 시대의 역사에서 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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