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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사학실태] 이덕일과 김현구의 ‘이상한 소송’

송화강 2019-05-30 (목) 21:30 6년전 5544  

이덕일과 김현구의 ‘이상한 소송’ ④공판현장/ 검찰이 무혐의 처리하고, 검찰이 다시 기소

Fact
▲16일 오전 10시 2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304호에서 피고 이덕일 소장의 1차 공판이 열렸다. ▲공판에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고위인사도 참관했다. ▲검사는 “피고가 김현구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피고 이덕일 소장은 모두진술에서 “학자는 상대의 표면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안은 학문의 영역에서 논쟁돼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피고측 박찬종 변호사는 “지검에서 무혐의 난 건을 고검에서 기소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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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계속>
9월 16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방법원 앞. ‘이덕일 박사님 파이팅! 역사 의병대’라고 쓰인 피켓을 든 남자가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이덕일 선생님의 팬”이라고 했다.

오전 10시 2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304호에서는 피고 이덕일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관한 1차 공판이 열렸다. 304호 앞에는 이미 30여 명의 사람들이 공판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대부분은 장년층이었고, 몇몇은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듯 인사를 나누며 근황을 물었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 등 30여명 참관

사람들 중에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장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전 국정원장은 ‘상복’ 차림이었다.

그에게 이유를 묻자 “오늘은 한국역사가 죽는 날이라는 의미로 상복을 입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종찬 전 원장은 “검찰총장에게 항의 서한을 넣고 왔다”고 했다. “임무영 검사가 이덕일 소장을 조사하기도 전에 기소명령을 먼저 내린 것에 대한 항의”라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이번 사건이 본보기가 돼야 한다”며 “계속 사건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일 소장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법무법인 이도)는 “지검에서 무혐의 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고검 검사가 기소하는 건 초유의 사태다. 말이 안된다”고 했다.



“오늘은 한국역사가 죽는 날” 이종찬 전 원장 상복 입어

공판은 예정시간보다 10분 늦춰진 10시 30분에 시작됐다. 304호 법정은 참관인들로 가득 찼다. 총 48개의 좌석이 모두 찼다. 10여 명의 사람들은 뒤에 서서 공판을 지켜봐야 했다. 단독판사가 시작을 알렸고, 검사의 모두진술이 시작됐다.

검사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한 스에마쓰를 비판하지 않았으며, 일본서기만을 유일한 자료로 신빙하여 일본 극우파의 시각에 동조해 나라를 팔아먹은 이완용과 같은 매국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입니다”라고 말했다.

검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

이후 피고 측 모두진술이 시작됐다. 이민석 변호사(이민석 법률사무소), 박찬종 변호사(법무법인 이도), 이덕일 소장 순으로 진술이 진행됐다. 이민석 변호사의 모두진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현구는 임나는 가야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도를 판사와 참관석에 보여주며) 지금 보는 지도는 국사 교과서에 실린 가야의 지도입니다. (다른 지도를 보여주며) 이것은 김현구가 자신의 책에 실은 가야의 지도입니다. 교과서의 지도와 비교하면 김현구의 지도에는 가야의 영역에 전라남도, 경상남도가 다 포함돼 있습니다. 이는 일본 극우파 교과서 후쇼샤 교과서에 실린 지도와 일치합니다. 학자는 상대의 표면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모순과 의도를 학문적으로 해석해 논평을 내놓는 일은 학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학자는 상대방의 모순과 의도를 학문적으로 논평하는 사람”

이어 박찬종 변호사가 덧붙였다.

“본 사건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학문의 영역에서 논쟁해야 할 문제인데, 자칫 사법적 잣대로 학문의 자유를 재단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됩니다. 이번 사건은 서부지검 검사가 불기소 처분한 건을, 주임 검사가 기소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사례는 처음입니다. 지방검찰과 고등검찰 사이에 이런 현격한 의견 차이가 있다는 것은 조사돼야 할 문제입니다.”

“무혐의 건을 고검에서 기소한 사례는 처음”

박찬종 변호사가 진술하는 중간 중간 객석에서는 “옳소”, “그렇지” 하는 작은 동조의 소리들이 들렸다.

마지막으로 이덕일 소장이 모두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고소인 김현구 교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뒤 이렇게 덧붙였다.

“이 재판은 학문의 자유를 넘어 무엇이 애국이고 무엇이 매국인가를 가르는 중요한 재판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인 재판을 위해 저는 성실히 임할 것이고, 역사의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지금의 검찰이 조선총독부 소속이 아니라면 역사의 법정 앞에 현실의 법정이 부끄럽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역사의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 보여줄 것”

공판이 끝난 시각은 11시. 이덕일 소장이 피고석에서 걸어 나오자, 참관인들은 이 소장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넸다. 법정에서 나온 후에도 이덕일 소장은 함께 사진 찍자는 사람들 때문에 한참을 인파 속에서 머물러 있었다.

공판을 지켜본 박정신 전 종신교수(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역사학과)는 “내게는 재판이 아니라 축제”라고 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재판까지 오지도 않는다”며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지식사회에서 받아들여야 할 문제이지, 원로교수가 기분 나쁘다고 어린 후배를 법정에 세운다는 것은 본인에게도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신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지식사회에서 받아들여야 할 문제”

역사연구 단체 사단법인 한배달의 박정학 박사도 공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그는 “법원에서 판단하겠지만, 당연히 무혐의 날 것이다. 학문적으로 접근해야지, 법정까지 끌고 가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성토했다.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오히려 판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며 “식민사학자들을 가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식민사학자는 일제가 날조한 우리 역사를 추종, 확대, 전파하는 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성관 전 장관 “오히려 판 커지길”

이덕일 소장은 한참 뒤에야 인파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에게 1차 공판을 마친 소감을 물었다. 이 소장은 “이제 첫발을 뗀 것 뿐”이라며 “한국 역사학의 이정표가 되리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날은 피고 측이 모두진술을 하는 1차 공판 날이어서 고소인 측은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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