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백강 인터뷰 후기- 이제 주류 사학계가 대답할 차례
필자는 작년 말과 올해 초 두 번에 걸쳐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심 원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방대한 중국측의 사료인 《사고전서》를 바탕으로 우리 고대사(상고사)를 연구해 온 학자이다.
심 원장은 《사고전서》에 기록된 우리 고대사 관련 자료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에 이를 세밀하게 고증해 나갔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심 원장은 “그동안 일제에 의해 왜곡되고, 사료의 부족으로 잃어버렸던 고대사의 바른 역사를 되살렸다”고 주장했다.
심백강 원장의 인터뷰가 <조선pub>을 통해 나가자 독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각각의 인터뷰가 조회수 수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의 주장에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독자들도 있었다. 심 원장의 주장이 ‘아전인수식 역사해석’이라거나, ‘또 다른 역사 왜곡’이라고 인식하는 독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심원장의 주장에 찬사를 보내고 동의를 표하는 의견이 훨씬 더 많았다.
심 원장은 “《사고전서》 사료 고증 결과 우리 민족이 반도민족이 아니라 중원 대륙에서 동아시아 최초의 국가를 세웠고, 동아시아 문명을 태동시켰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같은 심 원장의 학문적 연구 결과에 대해 일부 독자들이 보인 극명한 반감은 일면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어느 국사책에서도 들어보거나 배우지 못한 놀랍고 충격적인 내용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잃어버린 상고사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구한말과 일제시대 신채호나 박은식, 정인보 같은 민족주의 사학자들도 우리 고대사의 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절대적인 사료부족 등으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선대 학자들의 노력을 이어 심백강 원장이 동양 삼국이 모두 인정하는 정사 자료인 《사고전서》에서 우리의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보다 연대가 앞선 우리 고대사 관련 기록을 발췌해 이를 체계적으로 고증한 것은 그의 독보적인 연구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우리의 바른 역사를 세우면 이웃과의 선린우호 관계를 해치지 않고도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라 시대 이후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지금처럼 자유로운 시대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울 절호의 기회”라며 “뿌리째 뒤틀려 있는 우리 역사를 바로 세워서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 있는 까마득한 상고 시대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심 원장에 대한 두 번째 인터뷰기사가 나갔을 무렵 마침 이광요 싱가포르 수상이 서거했다. 이광요 수상은 당대의 정치적 거물이었으므로 국내 각 언론사들은 그의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조선pub>도 이광요 수상 서거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그런데 <조선pub>의 '주간베스트 뉴스&이슈'에서 처음에는 이광요 수상 기사가 1번을 차지하다가 나중에는 심원장의 인터뷰기사가 이광요 수상 기사를 제치고 1번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 바로 현실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고조선의 발상지, 낙랑군의 위치, 갈석산,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 한(漢)과 고조선의 국경선, 요동과 요서 문제 등은 신채호나 정인보 등과 같은 학자들도 명확한 설명이나 자료의 뒷받침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동안 식민사학이 주장한 대동강 낙랑설 등의 이론이 깨지지 않고 주류자리를 차지해왔다. 심백강 원장은 최근 새로 내놓은 3권의 저서를 통해서 그동안 우리 고대사의 숙제로 대두되어 있던 이런 문제들에 대해 “《사고전서》의 문헌적 근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앞뒤가 맞는 체계적인 해답을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북위시대에 하북성 평주에 있었던 요서고구려의 수도, 한반도 서남부에서 발해를 따라 펼쳐져 있었던 백제의 광대한 강역, 신라인 김씨 후손의 금나라 청나라 건국 사실 등 그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수많은 새로운 학설들을 “《사고전서》라는 검증된 자료에 근거해서 하나하나 제시했다.
우리의 강단사학은 그동안 《한단고기》를 바탕으로 식민사학을 비판하는 재야 사학계의 목소리를 “한단고기가 위서”라는 논리를 들어서 한마디로 평가절하 했다. 그러나 심 원장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주장들은 하나하나 중국의 정사자료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강단사학이 주장하는 실증사학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단사학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대동강 낙랑, 청천강 패수설이 진실인지, 아니면 심 원장이 주장하는 요서고조선, 요서부여, 요서낙랑, 요서고구려, 요서백제가 진실인지를 이제는 주류사학이 답해야할 차례이다.
심백강원장은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역사》의 서문에서 “국사교과서는 한 나라의 국사교육에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그런데 국사교과서가 잘못 서술되어 민족정신을 훼손시키고 민족정기를 좀 먹고 있다면 그것보다 더 심각한 사태는 없다. 이 책은 국사 교과서가 잘못 가르치고 있거나 또는 당연히 가르쳐야할 내용을 가르치지 않는 것을 바로잡고 보완하기 위해서 집필한 것이다” 라고 썼다.
심원장의 최종목표는 현행 대동강 낙랑설이 중심이 되어 있는 국사교과서를 그가 주장하는 요서낙랑 중심으로 수정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심원장의 저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역사》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명쾌하게 대응하고,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불러 일으켜주는 탁월한 저서이다. 남북한 모든 동포가 반드시 읽어야할 역사교과서이다.”
필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따라서 여기서 역사적 진실에 대한 가부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번에 걸쳐 심원장을 인터뷰하면서 느낀 감정은 그의 주장이 결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학설은 《사고전서》라는 중국의 정사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 체계가 정연하고 논리가 명확하다. 그의 논리를 따르면 미궁속을 헤매는 것 같던 우리 상고시대 역사의 아귀가 착착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필자가 아는 어떤 지인은 심원장의 저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한 우리역사》를 읽고 그 소감을 다음과 같은 두 마디로 요약했다. “부끄럽다” “천만 다행이다” 그가 '부끄럽다'고 말한 것은 우리가 식민역사를 우리역사로 잘못 알아온 것이 부끄럽다는 의미일 것이고 '천만 다행이다'라는 말은 중국역사에 우리 기록이 남아 있어 뒤늦게나마 우리의 바른역사를 되찾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다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지금 우리는 역사전쟁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야욕 등 그 역사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다른 나라와의 역사전쟁 와중에서 우리 자체적으로 논의가 갈려 귀일(歸一)되지 않고 괴리가 심각하다면 그러한 전쟁은 결과적으로 패자의 신세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은 국가적으로도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이제 국가가 역사논쟁에 뒷짐을 지고 침묵으로 방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서 바른역사를 세워야할 시점에 와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보여준 뜨거운 반응과 열기가 바로 역사가 바로선 위대한 한국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올해로 광복 70년을 맞는다. 그러나 심 원장은 “국토는 광복이 되었지만 역사는 광복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미완의 광복”이라고 말한다. 올해가 심 원장의 바람대로 우리 역사가 바로서는 역사광복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통해 우리 역사의 새로운 르네상스시대가 열리기를 기원한다.
고대사학자 심백강 인터뷰 1부
고대사학자 심백강 인터뷰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