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의 수수께끼] <13> 왼쪽과 오른쪽
왼쪽과 오른쪽, 좌와 우, 누구든 무의식중에 양쪽을 구분하면서 행동한다. 왼손잡이를 따지고 우측통행과 좌측통행을 가린다. 사람에게 왼팔과 오른팔, 왼발과 오른발이 있듯이, 좌우 구분은 극히 원초적이며 생태적인속성에서 출발하였음직하다. 역사가 발전하면서 사회제도와 당대의 지배 관념은 좌우구분법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우리 문화에서 좌우를 쉽게 따져볼 수 있는 예로 낙동강을 경계로 한 경상좌도와 우도, 산과 바다를 기준으로 한 전라좌도와 우도 같은 예를 꼽아볼 수 있다. 전라도 풍물굿에서도 임실.진안 같은 산곡의 좌도굿, 부안.김제 같은 평야의 우도굿 구분이 이루어졌다. 지리적으로 좌우를 나눈 대표적인 예로, 이러한 구분법에선 좌우차별의 불균형을 찾아볼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조선시대의 국가정치제도는 좌측 선호현상의 대표격이다. 좌의정이 우 의정보다 높았으며, 문관은 좌측, 무관은 우측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좌우는 동서를 의미했으므로 문관은 동반, 무관은 서반으로 불렀다. 창덕궁 대조전을 가보면 임금님 방은 동온돌, 왕비방은 서온돌로 동서로 나뉘어 져 있다. 양반댁의 남자가 거처하는 사랑도 동남방에 두는 경우는 있어도서쪽은 드물다. 좌를 선호하는 불균형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유교에서는 좌도(좌도)를 이단으로 보고 있으니, 유교국가였던 조선시대에 늘 좌가 숭상된 것은 전혀 아니다. 일제시대에 좌익이란 말이처음 생길 때도, 사람들은 은연중 유교에서의 이단인 좌도개념으로 그 의미를 생각한 경우가 많았다.
민간에서는 왼쪽을 이단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정상'으로 보고 있다. 왼손잡이를 싫어하던 풍습도 그중의 하나다. 정상은 늘 오른쪽이다. 남자가소피볼 때, 물건을 쥐고 있는 손이 왼손인가, 오른손인가를 보고서 양반 을 분별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소피 같이 `불결한 일'에는 마땅 히 왼손을 써야 양반이었다. 그런가하면 엄마들이 어린아기에게 시키는 손짓 놀이는 사실 오랜 유풍을 지닌 `오른쪽 강화훈련'이다.
`비정상'은 `범상치 않다'는 뜻도 된다. 왼쪽은 성스러움으로 간주되었다. 평상시에는 오른쪽으로 새끼를 꼬다가 금줄을 드리울 때는 왼새끼를 꼰다. 서낭당을 지날 때, 돌을 던진 뒤 왼발로 세번 굴러서 액땜을 한다.
호랑이가 사람을 앞발로 쳐서 왼쪽으로 넘어지면 살려주고,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잡아 먹는다는 속신도 있다. 성스러움은 전적으로 왼쪽 몫인 셈이다.
좌우구분이 유별나게 눈에 뜨이는 지점은 옷입기다. 오늘날의 양복을 보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여미게끔 돼 있다. 반면에 우리 옷입기는 우임이라고 하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여민다. 옛부터 중국에서는 좌임을 오 랑캐 법도로 보았다. 우리도 우임을 했으니 예의지국이란 주장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중국 중심의 모화사상이 아닐까. 고구려옷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좌임도 많다. 애초에는 고구려전기의 좌임에서 오래도록 우임을 거쳐 다시 현대복의 좌임으로 왔으니 우리는 오늘날 `서양오랑캐옷'을 입고 사는 셈이다.
장수왕이 남하정책을 펴기 전, 통구(집안)시절의 옷은 좌우임이 혼재되었으나 좌임이 단연 우세였다. 그러다가 평양천도 이후에 중국복제를 받 아들이면서 우임으로 변하였다. 좌임에서 우임으로 변한 저간의 사정은 고구려벽화에 설득력있게 반영돼 있다.
좌우구분 관념은 관혼상제에도 깊게 스며들었다. 가령 제사를 치를 때 신주 중심에서 볼 때와 차례 지내는 이 중심에서 볼 때의 왼쪽과 오른쪽 은 반대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우리 조상은 모친 사망시 상복의 오 른쪽 어깨, 부친의 경우엔 왼쪽을 드러내는 등 주자가례에도 없는 좌우구분 의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좌우를 교조적으로 따지는 지나친 신경쓰 임이 복잡한 풍습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예다. 좌우연구가 이은주 교수(안동대 의류학)도 좌우구분이 불러온 폐해가 바로 지나치게 따지려고 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근대로 들어와 서구문화의 이입은 좌우개념에도 혼란을 불러왔다. `라 이트'(우)는 선이고, `레프트'(좌)는 악이라는 미국식 가치관이 들어오기시작했다. 정작 민주주의의 고향이라는 영국에서는 좌가 선이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남북간의 격렬한 대립은 우리에게 양자택일만을 강요하였다. 그 결과, 분단 50년을 맞이하고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삼라만상 음양이 공존이거늘, 사회제도와 관념은 지나친 구분법과 차별을 낳았다. 좌우 어느 한쪽의 일방적 선호도라는 것조차 시대에 따른 `패션' 정도임을 생각할 때, 우리는 왼쪽과 오른쪽을 지나치게 따지는 소아 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좌우의 날개로 새가 날듯이 왼쪽과 오른쪽도서로가 있음으로 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주강현 민속학자·경희대 강사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