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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國語 이야기(3) 영어 남용과 혼(魂) 빠진 언어생활

송화강 2019-04-16 (화) 15:28 6년전 5192  

영어 남용과 혼(魂) 빠진 언어생활

國語 이야기(3)-누더기가 된 우리말

 

 

본문이미지 길거리의 외래어 간판./조선DB


부모님께 주소도 제대로 못 불러 드리다
 
몇년 전 어느 날, 시골에 계신 칠순을 훨씬 넘기신 아버지가 전화를 하셔서, “니 사는데 주소 한번 불러봐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저는 ‘샤르망 오피스텔’이라는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또박또박 주소를 불렀습니다. 
 
“서울시 00구 00동...”
 
어쨌든 아버지께서는 여기까지는 적으신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뒷부분에 나오는 ‘샤르망’과 ‘오피스텔’이 문제였습니다. 
 
“샤르망 오피스텔.”
“뭐라꼬. 살구망? 오피수텔?”
“아니요. 샤르망요! 샤-르-망!”
 
제가 전화기에 대고 아무리 큰 소리로 외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샤르망’하고 ‘오피스텔’이란 단어는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았습니다. 결국 아버지께서는 “알았다. 됐다”하며 화를 내시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샤르망’이란 단어를 시골 노인이 들어봤을 턱이 없고, 최근에 생긴 ‘오피스텔’이란 단어도 아버지에게는 무리였습니다.
 
그 후에 시골집에 들러서 우연히 그때 아버지께서 적어 놓은 주소를 보았습니다. 동네까지는 제대로 적혀 있는데, 그 뒤에 나오는 주소는 아버지께서 도저히 못 알아들으셨는지 소리나는 데로 비슷하게 적다가 포기하신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칠십 평생 우리말을 쓰면서 살아오신 아버지에게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쓰던 집 주소 하나 제대로 불러 주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위 오피스텔은 단순히 제가 살았기 때문에 예를 든 것일 뿐이고, 실제로 우리나라의 상당수의 아파트나 공동주택, 빌딩, 오피스텔, 상가, 호텔 등의 이름은 영어나 국적을 알기 힘든 외래어로 되어 있습니다.
 
조사 빼고는 죄다 영어 단어

하루는 잠들기 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어느 방송을 보고 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예비 스타들을 뽑아서 방송 횟수가 지날수록 몇 명씩 탈락시키고, 나중에 남은 사람을 스타로 만든다는 형식의 방송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예비 스타들의 사진, 옷, 화장을 담당한 전문가들이 한 명씩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데, 도무지 어느 나라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저는 급히 공책을 펴들어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oo이는 글래머러스하게 보일 수도, 섹시하게 보일 수도, 큐티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oo이는 골드펄드 썼고, 아이라인 강조했어요”
“oo이는 굉장히 보이시한 얼굴이에요”
“제가 블로셔를 강조했거든요”
“앞머리는 컷했고, 헤어를 뱅하고...”
“보이시한 컨셉을 선택한 oo이...”
“oo이는 빈티지 하고...” 
“oo이는 젠티지 했는데 젠틀한 느낌을...”
 
저도 받아쓰기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은 한 문장도 제대로 받아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끊어진 말 몇 마디를 적은 것이 위에 나온 문장들입니다. 어떤 문장은 조사 빼고 전부 영어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언어 습관은 비단 이 사람들만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무슨 전문가라는 사람들 대부분이 저런 혼 빠진 언어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장면이 바뀔 때 넣는 자막조차 ‘street vote’, ‘desire’, ‘chapter 1’ 식으로 영어로 써 놓았습니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여자 진행자도 “oo씨가 포토그래피에서 워스트로 선정되었는데요”라며 우리말 반 영어 반 섞어 쓰기를 즐겼습니다(영어로 소설을 써서 유명한 번역상을 받은 바 있는 안정효씨는 이런 식으로 우리 말에 섞어 쓰는 영어-그나마 제대로 된 영어도 없다-를 ‘꼴값 영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 참조).
 
수년 전부터 ‘라이프 플래너’, ‘웨딩 플래너’, ‘파티 플래너’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라디오에서 ‘시니어 키즈 파티 플래너’라는 걸 소개하는 방송을 들었습니다. 몇몇 뜻있는 노인들이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만든 봉사단체의 이름인데, 취지는 훌륭하지만, 이제는 ‘노인들까지 영어를 쓰지 않으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되었구나’하며 혼자 씁쓸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國語가 아니라 누더기

아래는 어느 자동차 회사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광고문구입니다. 
 
<커먼레일 엔진, 셀프 레벨라이져, 헤드램프 와셔, 앞열선 유리, 세이프티 원터치 썬루프, 운전석 세이프티 파워 윈도우, 오토라이트 콘트롤 헤드램프, 속도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자외선 차단 글래스, 와셔액 부족 경고 등, 우적감지 와이퍼, 원격조정 백글라스 오픈, 가스식 후드 리프터, 터치스크린 시스템, 음성 경보 시스템. 멀티미터의 첨단 신기술이 집약되었습니다.>
 
도대체 저런 쓰레기식 국어를 써놓고 상대편에게 알아보라고 하는 사람이나, 저런식의 누더기 국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모두 정상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영어식 외래어를 마구잡이로 쓰는 것에 대한 무감각함이라고 봅니다. 국어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은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어(國語)는 그 나라와 민족의 혼(魂)입니다. 우리의 혼과 정신은 말을 통해서 후손에게 전해집니다. 제 나라 말이 없어서 이런 되지도 않는 외래어를 쓴다면 이해라도 하겠습니다만, 우리는 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풍부한 어휘를 소유한 민족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이처럼 혼 빠진 언어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리는 구(舊) 한말(韓末)에 거의 모든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한 전례가 있습니다. 해방 전후까지만 해도 상당한 외래어를 우리말로 대체해 왔습니다. 프랑스는 언어법을 두어 당국이 나서서 출판사나 방송국에 벌금까지 물려가며 자국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합니다. 언론과 방송 종사자, 학자들과 국민의 대오각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漢字의 무한한 조어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다음은 제가 나름대로 외래어와 영어식 단어를 몇개를 우리말로 대체해 본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서 만든 것도 있고, 기존에 누군가 만든 것을 인용한 것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만들어 쓰는 말은 괄호 속에 ‘北’이라고 표기했습니다. 중국에서 만든 말도 참고했습니다(인터넷을 참고 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가 있음). 
 
아래 나열한 단어들은 전문적으로 조사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이 글을 쓰기 위해 아주 잠깐 시간을 투자해서 제 나름대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따라서 그 숫자가 많지 않고, 순서 배열에도 두서가 없습니다. 토박이 우리말과 조어력이 거의 무제한적인 한자(漢字)를 적절히 잘 사용하면 현재 우리가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 상당수의 영어와 외래어를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아래 제가 임의로 정리한 몇개 단어를 ‘맞다, 틀리다’라는 시각으로 보시지 말고, ‘저렇게 바꿀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TV나 라디오, 인터넷처럼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외래어까지 한번 바꾸어 보았습니다. 전문기관을 두어 자료를 모으고, 북한과 중국의 외래어 대처에 대한 자료를 찾아서 깊은 연구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중국인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말에 영어가 너무 많다고 비웃는 글을 남긴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외국어 발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중국 한자음에 비해, 한글이 외국어를 잘 표현하기 때문에 생긴 상대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임의로 바꾸어본 영어식 표현과 외래어>

로터리→ 돌림길, 회전 교차로
인터체인지→ 나들목(누가 만들었는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새로 만든 말이라도 잘 만든 말은 이렇게 신문 방송에서 사용하면 금방 보급될 수 있다)
아파트→ 하늘 집, 공중주택, 고층 살림집(北)
택시→ 대기차, 대절차
무슨 무슨 센터→ 기관, 협회, ~원(院), 마당
휴대폰→ 손전화기, 휴대전화기
카드→딱지
 
인터넷→ 다중통신망
클릭→ 딸깍거림
컴퓨터→ 전산기, 고속 전자계산기, (번개)셈틀, 전뢰(中, 같은 한자로 조어를 했지만, 우리가 듣기에는 좀 어색한 면이 있다)
그룹→ 집단(中)
피아노→ 동금(中), 양금
버스→ 공공기차(中), 대중차
원룸→ 단칸 방, 한 칸 방
 
라디오→ 수성기, 수음기(옛날에는 망원경, 확성기, 축음기, 녹음기란 말을 만들어서 사용해서 이 말이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이란 단어도 이렇게 못 만들 이유가 없다. 라디오, 텔레비전도 좀 더 일찍 발명되었으면 반드시 확성기, 망원경처럼 한자어로 새로 만든 단어가 통용되었을 것이다).
텔레비전→ 수화기, 수상기
쇼핑→ 장보기(지금도 많이 쓰는 멋진 단어인데, 재래식 시장을 볼 때만 적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파마→ 볶음머리(北, 우리나라에서도 머리를 ‘볶는다’라고 한다. 우리도 콩글리시인 파마보다는 '볶음 머리'라고 쓰는 것이 맞다고 본다).
부저→ 신호음(이런 식으로 우리말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것까지 영어로 쓰는 것은 잘못된 현상이다).

플라스틱→ 갖풀(갖은 가죽의 옛말. 플라스틱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를 ‘갖풀’과 유사하다고 실제 이렇게 불렀고, 일부 시골에는 이 말이 아직도 살아 있다).
에어컨→ 냉풍기, 냉방기
리모컨→ 원격 조정기
아나운서→ 방송원(北)
노크→ 손기척(北), 
불도저→ 평토기(北)

팬티→ 속옷(당연히 이렇게 써야 한다)
샹들리에→ 장식등(北), 무리등
스카이라운지→ 전망식당(北), 하늘쉼터, 공중식당
스카프→목수건(北), 목도리
스커트→ 잔주름 치마(北)

스크랲북→ 오림책(北, '오림책'이란 말이 어법에 맞는지는 모름). 쪽지책, 정보철
스킨로션→ 살결물(北), 물화장품
스타킹→ 망양말, 망사양말
스타플레이어→ 기둥선수(北)
스튜디어스→ 비행안내원(北)
에피소드→ 곁얘기(北), 
와이퍼→ 빗물닦개(北)

시트→ 홑이불(좋은 우리말이지만 홑이불은 우리에게 따로 있음으로, 시트와는 조금 느낌이 맞지 않는다), 깔개이불, 바닥이불
(옷의)칼라→ 양동정
커튼→ 창가림막(北), 창문 차양막
코치→ 지도원(北)
투피스→ 동강옷(北), 한 벌 옷(옷 한 벌과는 다름)
콤플렉스→ 단지

팬티 스타킹→ 양말바지(北), 긴 망양말
프라이팬→ 볶음판, 지짐판(北)
필터담배→ 여과담배(北)
핸들→ 운전대, 조향륜(北, 한자를 사용하면 이처럼 대체못할 외래어가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줌)
헬리곱터→ 직승기(北)
햄버거→ 고기겹빵(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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