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과연 ‘우랄 알타이어’ 인가우리말은 과연 ‘우랄 알타이어’ 인가 [연봉원의 인문 산책] 한국어 유래는 아직도 ‘미스터리’ 2011년 07월 01일 (금) 얼마 전 어느 저명인사가 한국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한국어는 우랄 알타이어군에 속한다는 기사를 쓴 것을 보고 아직도 우랄 알타이어 타령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해서 이 글을 쓴다. 우리나라, 한국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도 자세히 모른다. 서양 언어는 인도·유러피안이란 큰 언어군(言語群)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유럽의 끝인 아이슬란드에서부터 놀랍게도 이란,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인도의 여러 방언이 같은 언어군에 속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서양 언어 중에서도 헝가리와 핀란드 말은 인도·유러피안어군에 속하지 않은 것을 보고 그곳 학자들이 깊은 연구를 한 결과, 핀란드에서 근세기 유명한 언어학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그 중에서도 람스테드(G.J. Ramstdedt)라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몽골어 전문 학자가 1920년경 일본 주재 초대 핀란드 공사로 부임하면서 일본어와 한국어를 공부하였다. 그는 한국어가 터키, 몽골, 만주어와 문법구조가 매우 유사한 것에 착안해서 연구한 결과, 한국어를 포함하여 터키어, 몽골어, 만주어, 일본어는 인도·유러피안어에 필적하는 우랄 알타이어라는 대 언어군에 속한다고 발표하여 세계 언어 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19세기 중엽, 같은 핀란드 언어학자인 카스트렌(Castren)이 처음으로 우랄 알타이어군이란 말을 쓴 것은 사실이나, 카스트렌이 외형상의 유사성이나 비슷한 낱말을 나열한 대신 람스테드는 처음으로 일정한 음운 대응을 관찰하고 문법 형태소를 분석하는 과학적인 비교 언어학 방법으로 연구한 논문을 발표한 것이다. 더군다나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신라 고유의 향가(鄕歌)를 연구하여 일왕에게서 상과 하사품을 받은 고꾸라 진뻬이(小倉進平) 경성제대 교수까지 1934년에 한국어와 일본어는 우랄 알타이어에 속한다고 발표하였다. 1956년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올림픽 대회에 다녀온 한국 올림픽 단장 이상백 박사는 서울대학교 국문과 주임 교수였던 이숭녕 박사의 부탁으로 람스테드의 저서 일체를 구입하여 이숭녕 박사에게 전달하였다. 그후 서울대학교 출신의 국문학자와 언어학자를 통해서 한국어는 우랄 알타이어군에 속한다는 이론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람스테드는 갑자기 한국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이숭녕 박사는 강연할 때마다 우랄 알타이와 람스테드를 빼놓지 않았다. 이기문, 남광우 교수들도 마찬가지였고 한국어가 우랄 알타이어군에 속한다는 이론은 불변의 진리처럼 되어버렸다.
그러나 한국어가 우랄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이론에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은 러시아 언어학자인 니콜라스 포페를 위시한 서양 학자들이었다. 한 언어가 딴 언어와 같은 계통인가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되는 270여 가지의 기본 언어 중에 공통되는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 이 기본 언어는 해, 달, 별, 신체 부위, 친척에 대한 호칭, 수사(數詞)에 대한 명칭을 말한다. 우리가 서양어를 보면 가족간의 호칭, 숫자 세는 방식 등 기본 어휘에 동일성이 있는 것을 쉽게 파악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말은 일본어, 터키, 몽골, 만주어와 유사한 점이 많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같은 계통이라고 말하기에는 기본 언어가 단 하나도 딴 언어와 같은 것이 없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적어도 어떤 언어군과 같은 계통이라고 하려면 기본 어휘 중에 상당 부분이 같거나 비슷해야만 같은 계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터키어와, 몽골 그리고 만주어 사이에는 기본 어휘가 같은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한국어에는 하나도 그 예가 없다. 차라리 일본어에는 터키, 몽골어와 기본어가 같은 것이 몇 개 발견되었으나 한국어에는 단 하나도 없으니 문제다. 순수 한국어와 비슷한 것은 좀더 연구해 보면 차용어(借用語)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로 이동해 오는 도중에 터키, 몽골, 만주어 쓰는 민족과 가까이 사는 과정에서 빌려온 말에 불과 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발음과 뜻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계통의 언어라고 속단하는 것은 언어학에서 금물(禁物) 제 일조(一條)에 해당한다. 영어의 ‘매니’(many) 와 한국어의 ‘많이’가 발음도 비슷하고 뜻도 같다고 해서 영어와 한국어가 같은 계통의 언어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인 것과 같은 이치다. 확실히 터키어와 몽골어가 우리나라 말에 차용된 경우는 있다. 한국어의 ‘도통 모르겠다’의 ‘도통’은 터키어다. 그 외 ‘송골매, 인두, 무두질 등은 몽골어에서 왔다. 그외 ‘벼슬아치’ 하는 ‘아치’라는 접미사도 몽골어에서 유래한다. 영조의 어머니는 궁궐에서 하찮은 일을 하는 ‘무수리’ 출신인데 이 말도 몽고어에서 온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는 차용에 불과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빵, 보당, 뎀뿌라, 토마토’ 등이 일본을 경유한 포르투갈어나 마찬가지인 경우다. 람스테드 자신도 말년에는 한국어가 우랄 알타이어에 속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1950년경 그의 별세 이후 우랄 알타이어 대신, 알타이어란 말만 언어학자들이 쓰기 시작했다. 지금의 대략적인 결론은 한국어는 알타이어와 상관관계는 있으나, 알타이어가 아니라 독립적인 고(古)아시아 어에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론이 우세하다. 독립운동에 큰 도움을 주었던 허버트 박사 같은 분은 우리나라 말과 인도의 드라비다어간의 유사함을 비교한 적도 있다. 드라비다어에는 한국어와 비슷한 낱말이 약 1,000개가량 있는데 이것은 드라비다족이 시베리아에 살다가 아리안족이 인도에 들어오기 훨씬 전에 인도로 남하하여 살았기 때문이란 이론도 있으나 하여튼 한국어는 세계 언어학자들이 아직도 속 시원히 해결하지 못한 미스터리이다. http://www.acropoli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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