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漢文文法을 알아야 하는가
★글쓴이 : 정우상(鄭愚相) 서울敎大 名譽敎授․ 傳統文化硏究會 고문(顧問)
漢文의 文章構造는 位置에 依하여 決定된다.
英語와 같이 屈折되는 言語도 아니요, 韓國語와 같이 體言에 助詞가 붙는다거나 語幹에 語尾가 붙는 添加語(膠着語)도 아니다.
다만 位置에 依하여 文法的 職能이 決定되는 孤立語인 것이다.
‘山高’는 ‘山이 높다’라는 主述構造이지만 形態의 變化는 전혀 없고 다만 位置만 바꾸어 ‘高山’이라 하면 ‘높은 山’이란 뜻을 나타내는 修飾構造가 된다.
이와 같이 位置에 依하여 文法的 成分이 決定되기 때문에 中國語 文法大家인 王力 은《古漢語通論》에서 構文構造上의 位置素(tagmeme)를 固定하기 위하여 成分間의 分布關係를 9가지로 規定하고 中國語의 가장 重要하고도 큰 特色이라고 말하고 있다.
大學에 나오는 格物, 致知,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의 여섯 構文構造는 目的語가 敍述語 뒤에 位置하는 述目 構造의 連結이다.
그러나 이들의 位置를 變位하여 物格, 知致, 身修, 家齊, 國治, 天下平으로 構成하면 主語가 述語 앞에 位置하는 主述構造가 되어 文章의 意味가 달라짐은 漢文文法의 特色인 것이다.
또한 中國語는 聲調言語이기 때문에 四聲을 重視한다.
漢文도 中國의 古代語이기 때문에 聲調를 度外視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漢文에서는 虛字가 聲調 내지 意味素로서 널리 活用된 것이다.
그러므로 王力은 “虛字는 文法成分”이라 하였다.
虛字의 文法的 硏究는 漢文文法에서 매우 重要한 位置를 차지한다.
그것은 漢文文法 體系에 있어서 가장 複雜하고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 虛字이기 때문이다.
中國 고명개(高明凱)는《國語語法》에서 “西洋語 中에 虛字가 없는 것은 아니나 漢文에는 西洋語에 比하여 虛字가 훨씬 많으며 漢文의 言語的 機能은 太半 虛字가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前述한 바와 같이 漢文文法의 要諦 는 位置素와 虛字의 機能에 있다.
位置에 衣하여 文法的 機能이 決定되고 虛字의 쓰임에 따라 文章의 意味와 형식이 달라진다.
‘高山’과 ‘山高’에 쓰인 ‘高’가 述語와 冠形語의 구실을 하는 것은 位置素의 支配를 받기 때문이다.
“靑出於藍이 靑於藍”에서 쓰이고 있는 虛字 ‘於’는 動詞 ‘出’과 어울릴 때는 處所의 구실을 하지만 形容詞 ‘靑’과 呼應하면 比較의 뜻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位置素와 虛字의 쓰임을 體系化 한 것이 漢文文法이기 때문에 文法을 아는 것은 漢文文章理解의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한 例를 들면, 1997年은 世宗大王께서 나신지 600돌이 되는 해였다.
우리나라 歷史상 가장 偉大하고 훌륭한 임금인 世宗大王의 600돌을 紀念하기 爲하여 世宗大王記念事業會에서는 ‘世宗聖王 六百 돌’이라는 紀念輯을 내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 ‘訓民正音과 世宗의 智慧’라는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에서 ‘訓民正音’이라는 表題를 漢文文章의 統辭構造를 通하여 살펴보았다.
漢文의 統辭構造에서 目的語와 補語가 同時에 發生하는 경우, SPOC(S=주어, P=서술어, O=목적어, C=보어)의 構造를 이루어 ‘O+C’의 分布狀態가 나타나는 것이 原則이다.
즉 目的語가 앞에 位置하고 補語가 뒤에 오는 것이 正常이다.
例컨대, ‘孔子問禮於老子’를 分析하면 ‘禮’는 目的語이며 ‘老子’는 補語인 것이다.
즉 ‘禮於老子’는 ‘目的語+補語’의 文章 構造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漢文의 統辭構造에서 目的語와 補語의 分布關係는 目的語가 앞에 오고 補語가 뒤에 오는 것이 原則이다.
그러나 敍述語로 發生되는 語詞가 ‘수여(授與)’나 ‘교시(敎示)’를 나타내는 動詞일 때는 이 目的語와 補語의 位置가 倒置되어 「O+C→C+O」의 構造를 이룬다.
‘孟子’에 나오는 文章 중 敎示를 나타내는 動詞가 敍述語로 쓰인 例文을 보면 ‘后稷敎民稼穡’이라는 文章이 있다.
이 文章構造를 分析하면 ‘SPCO’의 構造를 이루고 敍述語인 ‘敎’는 敎示를 나타내는 動詞이다. 그러므로 SPOC(后稷敎於民稼穡)어야 될 文章構造가 SPCO(后稷敎民稼穡)된 것이다.
즉, 敍述語인 ‘敎’가 敎示를 나타내는 動詞이기 때문에 目的語인 ‘稼穡’과 補語인 ‘民’이 倒置되어 敎稼穡於民이 敎民稼穡이라는 構造를 이루어 目的語인 ‘稼穡’과 補語인 ‘於民’이 倒置되어 ‘O+C→C+O’의 구조가 된 것이다.
이와 같은 漢文構造의 原則을 基本으로 하여 ‘訓民正音’이라는 文章構造를 分析해 볼 때 主語가 省略된 ‘(S)PCO'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즉 ‘訓民正音’은 ‘訓正音於民’의 統辭構造이어야 될 것이 敍述語 ‘訓’이 敎示를 나타내는 動詞이기 때문에 目的語인 ‘正音’과 補語인 ‘民’이 倒置되어 ‘訓民正音’이라는 ‘PCO'의 構文이 이루어진 것이다.
漢文의 統辭構造의 原理로 볼 때 ‘訓民正音’은 ‘百姓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가 아니라 ‘百姓에게 正音을 가르친다.’ 는 뜻으로 解釋해야 한다.
이를 分明히 하기 爲해서 正音에 대하여 살펴 보기로 한다.
正音(졍소리)이라는 槪念은 왜 正文도 아니요 正字도 아니며 正聲이나 正韻도 아닌 ‘正音’이라 하였을까?
그리고 正音이 있으면, 俗音도 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疑問을 가지고 ‘訓民正音’의 統辭構造를 分析해 보면 訓民正音을 만든 目的이 御製 ‘序文’에 나타나 있는 意味 뿐 아니라 그 속에 潛在하고 있는 다른 目的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卽 訓民正音이라는 말은 ‘百姓에게 바른 소리를 가르친다.’ 는 뜻으로 解釋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訓民正音 創製의 目的이 ‘漢字의 注音’을 爲해서 만들어졌고 나아가서 混濁해진 漢字의 音(俗音)을 바로잡아 그 바른 소리인 漢字의 正音을 百姓들에게 가르치기 爲해서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訓民正音’이라는 말이 ‘百姓에게 (漢字의) 바른 소리를 가르친다.’는 뜻으로 解釋할 수 있음을 漢文文章의 統辭構造를 通하여 分明히 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論理가 成立될 수 있으며 特히 世宗께서 訓民正音을 創製하고 第一 먼저 漢字의 混亂한 音을 바로잡기 爲하여 만든 東國正韻의 編纂도 이와 脈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以上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漢文文章 構造와 意味를 正確하게 理解하기 爲해서는 各 成分間의 位置素와 虛字의 쓰임, 즉 漢文文法의 理解가 매우 重要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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