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복에 산다는 딸(―福―――― )

쫓겨난 여인이 미천한 남자를 만나지만 귀한 물건을 발견하여 잘 살게 된다는 내용의 설화. 일반담(一般譚)에 속하며, ‘쫓겨난 여인 발복설화(發福說話)’, ‘숯구이 총각의 생금장’, ‘복 많은 백정의 딸’, ‘막내딸과 숯구이 총각’ 등으로도 불린다. 우리 나라 전지역에 두루 분포되어 있다.
누구 덕에 먹고사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막내딸은 자기 복에 산다고 대답하여 쫓겨난다. 그녀는 가난한 숯구이 총각을 만나 함께 살다가 숯구덩이에서 금덩이를 발견하고, 그 금을 팔아 큰 부자가 되어 거지가 된 아버지를 다시 만나 모시고 잘 살았다.
이 설화와 비슷한 서양의 것은 의외의 행운이라는 모티프는 일치하나, 유형 구조와 주제에서 차이가 있으며, 일본의 것은 우리 나라 설화와 거의 같다.
아버지가 딸을 쫓아내는 대신 가난한 총각에게 주어버린다는 경우도 있으나, 축출의 속성은 유지된다. 쫓겨난 딸이 만나는 사람이 거지, 마 캐는 총각, 머슴 등으로 나타나나,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점은 같고, 금을 발견하는 장소가 부뚜막·샘·돌담·마 구덩이 등으로 변하나, 남자가 생활하는 부근이라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부분에서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는데, 딸이 사는 모습을 궁금히 여긴 아버지가 찾아와 만나는 경우와 거지가 된 아버지가 동냥 와서 만나는 경우, 딸이 걸인 잔치를 열어 만나는 경우, 대문을 여닫을 때마다 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거나 ‘내 복에 산다’는 소리가 나서 만나게 되는 경우 등이 있다.
보다 주목해야 할 변이는, 백정 딸이 양반 아들과 혼인해 살다가 쫓겨나, 숯구이 총각을 만나고, 부자가 된 후 거지가 된 남편을 다시 만나 살았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아버지에게서 쫓겨난 이야기는 아버지와 딸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삼국사기≫ 권45에 수록된 ‘온달설화(溫達說話)’와 비슷하며, 남편에게서 쫓겨난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신분적 갈등이 문제되고 있어 ≪삼국유사≫ 권2에 전하는 ‘무왕설화(武王說話)’와 관련이 깊다.
한편 제주도의 서사무가인 〈삼공본풀이〉에도 이 설화의 내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관련으로 보아, 이 설화는 그 생성연대가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쫓겨난 여인이 얻은 행운은 우연한 것만은 아니고, 소중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지혜이며,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노력에 따라 온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설화에는 기존의 관습적 사고를 강요하는 사람들의 구속을 떨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할 때 새로운 삶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이 나타나고 있다.
≪참고문헌≫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6), 쫓겨난 女人 發福說話考(崔雲植, 韓國民俗學 6, 1973), 福 많은 女子系 民譚硏究(이승균, 啓明大學校, 1981), 武王型 說話의 類型的 性格과 女性意識(林在海, 女性問題硏究 10, 曉星女子大學校韓國女性問題硏究所, 1981), 온달형 설화의 유형적 성격과 부녀갈등(林在海, 女性問題硏究 11, 曉星女子大學校韓國女性問題硏究所, 1982), 쫓겨난 여인 發福說話의 女性象徵硏究(김영란, 국어국문학 20, 부산대학교국어국문학과, 19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