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자성공설화(末子成功說話)

여러 형제 가운데 막내가 시련을 겪고 나서 성공하였다는 내용의 설화. 우리 나라의 형제설화에서 선악이 대립될 때 일반적으로 형은 악인이며 동생은 선인으로 나타난다. 〈흥부전〉에 등장하는 놀부와 흥부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도깨비방망이설화〉에서도 동생은 산에서 개암을 주워 맨 마지막 것을 자기가 먹으려고 하는 착한 마음씨 때문에 도깨비방망이를 얻어 부자가 되었으나, 형은 자기부터 먹으려 하여 매만 맞고 돌아왔다.
등장인물이 삼 형제인 경우 맏형과 둘째 형은 실패하지만 셋째는 성공한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명당에 쓰고 세 아들이 연달아 죽는다는 〈고목생화설화 枯木生花說話〉 혹은 〈사자득손설화 死子得孫說話〉에서도 셋째 며느리가 들어와 세쌍둥이를 낳아 가문이 번창하였던 것도 결국 막내〔末子〕의 힘이었다.
아버지의 시신을 우물 명당에 묻었다가 탄로가 나서 다시 물을 품어 내는 시련을 겪고, 길을 떠나 초분(草墳:송장을 풀이나 짚으로 덮어 두는 장례 방법)에서 갓 죽은 처녀를 만나 부부가 된 뒤에 성공하는 〈초분에서 만난 공주〉도 셋째의 성공담이다.
세 딸에게 “누구 복으로 사느냐?”는 부모의 물음에 “제 복으로 삽니다.”라고 말하여 부모에게 쫓겨나 숯장수와 행복하게 살다가, 후에 거지가 되어 언니들에게 구박받던 아버지를 잘 봉양하였다는 〈내 복에 산다〉는 설화도 말자성공설화이다.
〈바리공주설화〉는 어느 왕이 딸 일곱을 낳고 충격을 받아 갓 낳은 일곱째 공주를 산중에 버렸는데, 이 버려진 아이인 바리데기 또는 바리공주가 후에 부왕이 중병에 걸렸을 때 여섯 언니들이 구하러 가지 못한 생명수를 얻으러 험난한 서역국을 다녀온다는 구약노정기(救藥路程記)이야기인데 여기서도 막내가 성공한다.
구렁이 신랑에게 시집을 간 셋째 딸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구렁덩덩신선비설화〉(蛇郎譚)도 마찬가지이다. 두 언니는 구렁이가 징그러워서 시집가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셋째 딸은 귀엽다고 하면서 혼인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막내 성공이 일어난 이유는 나이가 들어 분별력이 있어야 할 형이 그 윗사람 구실을 하지 못하고 도리어 철이 없는 막내가 형들을 능가한다는 극적인 전환을 문학적으로 민간에서 수용한 까닭이다.
아울러 운명적으로 불리한 권익을 차지하게 되는 약자인 막내를 동정하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막내가 성공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우리 나라의 건국신화를 보면 고대의 건국 영웅은 장자가 아니라 차자(次子)나 말자 또는 양자(養子)가 많다.
단군(檀君)의 아버지 환웅(桓雄)은 서자(庶子 : 이것은 長子가 아니라는 뜻이다.)이며, 고주몽(高朱蒙)은 양자이며, 온조(溫祚)는 말자이며, 박혁거세(朴赫居世)·김알지(金閼智)·석탈해(昔脫解)·김수로왕(金首露王)은 양자에 속한다. 외국에도 말자성공설화가 있지만, 우리 나라의 건국신화를 보면 이 설화는 한국인의 의식을 잘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참고문헌≫ 三國史記, 三國遺事, 全北民譚(崔來沃, 螢雪出版社, 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