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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 단군신화의 종합적 이해 - 윤명철 (1)

송화강 2019-05-28 (화) 15:01 6년전 14072  

단군신화의 종합적 이해 


윤 명철


단군신화 해석의 전제점 오늘 강사님을 죽 보니까 대부분 연로하신 분들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민족의 역사 분야에 있어서 성함이 익히 알려져 있고 저보다 훨씬 선배님 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이제껏 강의를 하신 분들은 연세가 많으십니다. 그 분들이 생각하시는 민족이라는 개념과 우리 세대 또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민족의 개념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세대는 민족주의에 대한 사고에 있어서도 중간단계, 고리역할을 하는 세대이면서 또한 민족주의 내지는 민족주의 사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대입니다. 또한 민족의 대외관계 모순에 대해 비교적 객관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이런 강의에 나온다는 것은 깊은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오늘 강의가 잘 되고 이 민족대학이 앞으로 차후에도 좀 더 잘 되어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민족운동을 해 나가는데 필요한 논리를 창출하는 보람차고 훌륭한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강의할 제목이 '단군신화에 대한 종합적 이해'입니다. '단군신화(壇君神話; 필자는 일연의 삼국유사 기록에 충실하고 논리상의 전개를 위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檀'을 피하고 壇을 사용함)'라는 말 자체에도 거부감을 느끼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도 설명을 드릴 것이고, '종합적 이해'라고 했는데 사실 단군신화에 대해서 종합적인 해석을 아직 아무도 못내리고 있습니다. 왜냐 하면 신화(神話)라는 것이 원래 난해하고, 특히 단군신화는 우리 역사에 있어 가장 오래된 시대를 배경으로 가지고 있고, 우리 민족의 역사관(歷史觀)이나 우주관(宇宙觀) 그리고 인간관(人間觀)이 종합적으로 표현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단군신화의 200자 남짓한 글자 속에는 우리 민족역사의 상당한 부분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단군신화를 종합적으로 해석하고 본질을 이해한다는 것은 힘든 작업입니다. 만약 우리의 민족사가 진정 민족의 존립과 번영을 위하고 민족자아의 탐구와 확인작업을 지속하여 왔다면, 단군에 대한 기본적인 작업정도는 이미 일단락이 지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으로 현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만이 남았겠죠.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조선시대에도, 일본제국주의 식민통치시대에도,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로 민족적이거나 민중적이지 못한 집단들에 의해 역사가 주도되어 왔습니다. 그렇기에 단군에 대해서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언급만 있거나 학문적인 사실의 정립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단군신화' 자체가 해석하기 난해하다는 점, 그 다음 종합적 해석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단군신화에 대한 이해에 접근해 보겠습니다. 

 

 

단군논쟁 쟁점의 6가지 차원 


제가 민족대학의 자료집을 보니까 단군과 관련된 주제가 눈에 보였습니다. '한'이란 것도 그렇고 조금 전에 박성수 선생께서 말씀하신 선비정신, 이것도 마찬가지고 그만큼 단군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단군에 관한 논쟁은 어떤 쟁점들에서 이루어지는가 하면, 첫째로 단군의 실존여부에 관한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단군을 수장으로 하는 정치적인 실체 또는 문화적인 집단이 과연 존속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셋째는 바로 단군신화가 지향하고 있는 논리가 무엇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 네번째는 단군조선이 어디에 있었느냐 하는 영토에 관한 문제가 되겠지요. 이것은 요즘 윤내현 교수가 발언을 시작함으로 인해 한층 더 가열된 논쟁인데, 단군조선의 활동영역은 간과되어서는 안될 중요한 문제입니다. 다섯째는 그 정치적인 실체를 뒷받침하는 문화적인 단계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입니다. 간단히 얘기해서 구석기 시대냐 신석기 시대냐 또는 청동기 시대냐, 좁혀 들어가면 신석기 시대냐 청동기 시대냐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말씀드린 것은 전부 다 결론이 나지 않은 것들입니다. 


또 현대에 와서 논쟁이 야기될 수 있는 부분은 단군기원을 사용해야 할 것이냐는 것인데, 올해가 단기 4322년이죠. 바로 연호에 관한 문제입니다. 일본은 연호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화(昭和)가 죽었으니까 연호가 바뀌겠죠. 일본은 지금도 자기네 자신의 연호를 쓰고 있습니다. 서기는 그 다음이예요. 연호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삼국시대에는 우리가 자주성을 강화할 때에는 우리고유 연호를 갖게 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때에는 중국의 연호를 차용하게 됩니다. 우리는 지금 무비판적으로 서기를 쓰고 있는데, 여기에는 숨은 뜻이 있습니다. 깊이 살펴보면 그것은 문화권간의 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미해결된 논쟁거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많이 있지만 그것은 주제와 밀접한 관계가 없으니까 일단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단군논쟁을 벌이는 두 부류 


단군을 매개로 해서 논쟁을 벌이는 사람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단군의 존재를 인정하는 부류와, 단군은 존재하지 않았고 단순한 신화적 존재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부류입니다. 그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단군의 존재를 실사로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단군과 함께 단군조선의 실체를 인정합니다. 단군조선의 영토나 문화적 단계에 대해서 나름대로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발상 자체가 좋고, 저도 긍정하고 싶지만 약간의 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선 논리가 치밀하지 못하고 자기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합니다. 이를테면, '단군이 존재했다' 또는 '단군조선이 실존했다'는 것을 입증할 문헌학적·고고학적 증거들이 학계 또는 일반인들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 또 하나의 약점이 있습니다. 중요한 문제인데, 이것을 주장하는 분들은 현실인식에 대한 자세가 첨예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분들은 상당히 단군조선을 강조하고 우리민족이 위대했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현실상황에 대한 인식은 무디거나 뒤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현대사회에 들어온 이후 단군을 주장하는 것이 청년층이나 학생층과 괴리를 이룰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 분들이 현실인식에 날카롭지 못했다는 것과 현실비판적 의식이 결여되어있다는 것에서 찾아지는 것 같습니다. 단군에 대한 성격규정이 애매모호해집니다. 즉 단군이 단순하게 우리 민족의 시조 또는 고조선을 건국한 제1대 시조라는 것입니다. 이것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제는 현대사회에 걸맞게 성격규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왜냐 하면 지금 현재의 우리 민족 내에 존재하는 여러 집단의 존재형태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최고(最古)의 존재에 대한 해석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단군조선의 실존과 영토를 규명하는 것 못지않게, 이 연구에 참여하는 분들의 현실인식 자체가 보다 날카로와져야 하고, 단군에 대한 성격규정이 우리 시대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잘 못느끼고 있겠지만, 70년대에는 사실 이런 강좌를 개최하면 찾아오는 청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였다는 것 자체가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것입니다. 단군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누구도 못찾았기 때문에 '단군'하면 위대하다는 식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그러면 '국수주의자'라고 많은 학생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습니다. 그들로부터 소외된 것입니다. 당시에는 이 단군조선 이야기를 끄집어 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한계들을 이 시대가 풀어야 합니다. 


역사는 현재성을 가집니다. 신화도 현재성을 가집니다.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단군에 관해서 성격규명이 이루어져야 됩니다. 이 시대가, 21세기가 요구하는 단군의 모습이 무엇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것과, 단군이 가지고 있었던 기본적인 성격이나 단군신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논리, 이것을 서로 연결시켜야 합니다. 제가 할 일이고 앞으로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다음은 아까 말씀드린 두번째 부류를 보겠습니다. 이 분들은 단군을 말 그대로의 신화적 존재, 허구의 존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혹은 이 사람들은 단군이라는 존재가 정신사적인 면에서 우리의 의식에 끼친 영향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단군의 실존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사상의 기반을 외국에서 찾고 있습니다. 지극히 외세에 의존적인 성격을 갖는 분이 많이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단군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하는 경향은 바로 자신의 사유의 근거나 기반, 토대를 서구에서 찾는 태도로 이어집니다. 조선시대에는 역시 그들의 사상적 모국인 중국에서 찾았겠죠. 


요즘도 대학에서는 해마다 축제를 하지요. 그 축제라는 것을 보면 서구문화 일색입니다. 그런데 80년대에 들어오니까 조금 달라집니다. 70년대에는 우리의 탈춤이나 판소리나 단소를 배우는 학생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들어오면서 조금씩 우리의 것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지금의 축제를 보게 되면 우리의 것을 많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많이 달라진 겁니다. 70년대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세상이 아주 많이 변한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형님뻘되는 분들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학교에서는 특히 우리학교 같은 경우는 당나무가 있습니다. 당나무, 천하대장군, 신단수 등이 있습니다. 환웅이 타고 내린 신단수 나무가 있습니다. 그만큼 민족적인 것을 찾는 흐름이 거세어졌다는 것입니다. 

 

 

신화의 정의 


이제 신화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저는 신화라는 말을 고집합니다. 왜냐 하면 신화라는 것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 또는 '인간이 만든 허구적 이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인 경험 또는 한 집단이 자기네들이 경험했다고 믿는 사실', 그러한 것들을 담는 그릇이 바로 신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만든 신화 속에는 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인 경험들도 다 내포되어있습니다. 또한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의 꿈(종교학자들은 무의식의 꿈이라고 하는데, 한 집단이 지향하는 것을 일컫는 말)과 같은 이상향으로 생각하고 지향하는 것이 있는데, 그런 것도 신화 속에 포함되어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을 종합해서 논리정연하게 체계화시킨 것이 바로 신화입니다. 이것이 요즈음 신화학자들이 주장하는 신화의 정의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하게 과거의 이야기라든가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의 이야기, 비합리적인 이야기라는 신화에 대한 관념은 수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토대로 신화의 가치가 새로와지는 것입니다. 

 

 

신화의 특성 6가지 


신화의 특성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신화는 첫째로 전체를 일관하는 구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러가지 내용이 있을 때 그 내용들은 전혀 관련성없이 마구 조합이 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일정한 논리체계 아래 배합비율에 맞춰 구조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전체를 일관하는 구조적인 특성이 신화에 있습니다. 이것이 첫번째 특징입니다. 

 

둘째, 신화에는 역사성과 설화성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다른 분들도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신화 자체를 설화의 한 부류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설화 속의 부류를 보면 신화와 이야기, 전설 이렇게 세가지로 구분을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신화는 설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설화 속에 있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바 없는데, 바로 역사성까지 여기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신화 속에는 아까 제가 말씀 드렸듯이 그 집단이 겪었던 역사적 경험들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사건들, 의미 깊었던 사건들, 인물 등등 이러한 것들이 용해되어있습니다. 바로 역사적인 경험입니다. 그러면 한 집단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든지 의미깊었던 사건이라든지 인물이라면 대충 어떠한 것들이 되겠습니까? 신화의 종류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시대에서 신화의 소재가 사건이라면, 무엇이 되겠습니까? 뭐 많이 있겠지요. 현재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분단이 아니겠습니까? 요즘의 정치적 사건들도 충격적이겠지만, 그것을 야기시킨 것들이 더 충격적이겠지요. 

 

이런 것들을 전부 포괄적으로 말해 보자면,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 자신의 탄생과 삶입니다. 신화가 가진 논리를 존재론이나 인식론 등으로 표현합니다. 그 이유는 신화 속에 바로 인간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자기존재에 관한 사고들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하다 보니까 거기에 따라서 자연에 관한,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역사의 주체는 인간입니다. 그런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갖가지로 지어내다 보니까 우주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 한 집단이 형성되어온 과정이겠죠. 건국신화가 될 수도 있고 이동신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는 새로운 문화적 사실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불의 사용이란 크나큰 발견입니다.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또 청동기나 철기의 사용이 생활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오니까 거기에 관해서도 신화로 표기되는 것입니다. 신화의 특성 중 두번째는 역사성과 설화성의 공존입니다. 


세번째, 이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신화는 원형(原形)과 변형(變形)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신화가 생성되는 과정에는 기본적인 틀이 있는데, 이것을 원형이라고 합니다. 원형이라는 것은 처음 신화가 만들어질 때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흐름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단군신화가 처음부터 그 모습으로 탄생되었다면 신화가 만들어진 연대는 훨씬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기본적으로 신화가 생겨날 수 있는 원형이 있을 것입니다. 


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사유능력이나 문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처음 신화가 만들어집니다. 이 때 만들어진 신화는 원형입니다. 그것이 시간과 공간의 변동에 따라 새로운 문화적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변형된 모습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처음에 단군신화가 갖고있던 본래의 모습은 점점 바뀌어 온 것입니다. 그러나 변형된 모습 속에는 원형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원형을 찾아서 이것이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단군신화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신화가 원형과 변형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신화의 보편적 특성입니다. 저는 단군신화를 분석할 때에도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삼습니다. 


네번째, 신화는 은유법과 상징으로 표현되어있다는 사실입니다. 동물이나 식물 혹은 자연현상이 가진 성격이나 형태나 기능에 대한 반영이 상징입니다. 단군신화에 곰(熊)이나 범(虎) 등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 다음 다섯번째 특징은 제의(祭儀)와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의학파라고 불리어지는 학파에서는 신화 때문에 제의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제의가 있음으로 인해 그것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신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할만큼, 제의는 신화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어떠한 한 신화가 있을 때 그 신화를 뒷받침하는 제의가 있습니다. 영화나 텔레비젼을 보면 많이 나오는 남아메리카나 태평양문화 계통, 이를테면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등 여러 나라들에서 의식들이 행해지고 있잖아요. 이런 의식들은 대부분 신화와 많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단군신화에도 이러한 관련이 보입니다. 성년식(어른이 되는 의식), 또는 산속의례(産俗儀禮; 애기를 낳게 해달라고 비는 것과 아기를 낳을 때에 행해지는 여러가지 의식들) 이런 것들이 단군신화에 나와 있습니다. 


여섯번째, 신화는 언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신화 자체가 언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요즘에는 신화가 탄생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문자나 기호라는 전달수단이 발달되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인간이 모든 것을 언어로써 전달했습니다. 음악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은 '비나리'라는 말을 알지요? '비나리'는 말로 전해지는 것을 이릅니다. 우리 민족 전체가 문자를 향유하게 된 것은 불과 몇 백년(기층민중들의 경우에는 몇 십년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이전에는 대부분 말이나 노래의 형식 - 이것을 '비나리'라고 합니다 - 으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무엇을 만들 때도 그랬습니다. 예를 들어 배를 만들 때에도 도면은 그리더라도 목수들은 글자를 모르니까 그것을 노래로써 표현했습니다. 배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것을 들으면서 그 구절에 해당하는 적절한 작업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건 극단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고대 역사는 모두 그렇게 해서 내려오다가 후대에 기록되었습니다. 지금 환단고기라든가 여러가지 책들이 위서(僞書)라는 평을 받고있는 이유는, 그 책의 내용들이 해당시대의 역사적 상식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막연한 이야기입니다만 이 책의 내용들도 '비나리'로 전해져 내려 왔겠지요. 그러다가 문자로 기록한 시대의 표현으로 쓰여지다 보니까 현대에서 분석해 볼 때, 그 내용과 동떨어진 시대의 표현들이 많은 것입니다. 역사의 내용과 표현이 잘 어울리지 않으니까 위서라는 평을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언어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옛적에는 글자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역사적 사건들이 말로 전달되다가, 이후 한자로 전달됩니다. 그 다음에 한자로 옮길 때에는 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이것은 나중에 설명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화의 특징을 여섯가지로 보았습니다. 이 특징들을 이해하면 단군신화를 이해하기가 쉬워질 겁니다. 그러니까 신화를 볼 때 신화의 기록 자체를 고정된 실체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원형과 변형으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그 다음 신화에는 여러가지 비합리적인 내용들이 있습니다. 곰이 쑥과 마늘을 먹어서 인간이 되었다든가 누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든가, 이렇게 우리가 흔히 비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요소들을 단순하게 종교적인 표현으로만 파악해서는 안됩니다. 종교인들은 그것들을 종교현상으로 이해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종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신화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을 때, 그 중 어떤 하나만을 선택해서 그것으로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역사를 볼 때에는 일정한 시대와 일정한 공간에 우뚝 서있는 것이 전체를 대표할 수 없습니다. 신화 또한 여러가지 다수의 논리로 구성되어있을 때, 이 중 하나만을 선택해서 이것이 단군신화라고 해석하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여지껏 단군신화에 관한 해석들은 이런 관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극복되어야 합니다. 


(계속)

 

단군신화의 종합적 이해 - 윤명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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