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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 단군신화의 종합적 이해 - 윤명철 (3)

송화강 2019-05-29 (수) 17:39 6년전 14106  

 

 

단군신화 분석 (2) 천부인3개 

 

이 정도로 하고 다음은 '天符印三箇'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천부인세개를 주어서 가서 다스리게 했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것은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천부인세개가 가지는 자체적인 의미도 있고, 또 고고학적인 중요성도 있습니다. 이 고고학적 증거에 의해 단군신화가 성립된 연대를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천부인삼개'는 칼과 거울과 방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상징물이 세개가 있었다는 겁니다.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요, 먼저 '삼'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의미입니다. '삼'이라는 숫자는 수리학상으로 모든 것의 가장 으뜸이 되는 수입니다. 도덕경에서 도(道)는 1을 낳고,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고, 3은 만물을 낳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남자(淮南子)에서도 역시 3에서 만물이 생(生)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3은 홀수이고 중간자이기 때문에 가장 으뜸이 됩니다. 오늘날 현대적인 시각으로 볼 때 1과 2가 대립되는 개념의 수라면, 3은 1과 2의 대립과 갈등을 무마시키는 상징적인 숫자가 됩니다. 


3이라는 숫자는 그래서 고대로부터 숭상받아 왔습니다. 가장 안정된 숫자라는 것입니다. 인간의 사유와 의식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숫자가 3입니다. 시간도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3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3이라는 숫자를 중요시여기고 숭배하는 문화는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3이라는 숫자를 중요시 여기고있습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처럼 '4'자를 숭배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3'을 숭배합니다. 70년대 중반에 나온 기독교인이 쓴 논문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환인 환웅 환검 이러한 삼신개념이 기독교 3위일체의 영향을 받았고, 단군신화는 기독교의 영향아래 쓰여진 것이다'라는 이 논문의 내용을 기독교인들이 많이 인정하는 모양입니다. 단군신화에서 보이는 3의 원리와 기독교에서 보이는 3의 원리가 일치하는 면이 있습니다. 불교도 마찬가지입니다. 불 법 신 삼도가 있고 탑도 대부분 3층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이렇듯 3이라는 숫자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숭배를 받아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곳은 바로 동북시베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샤머니즘 문화권입니다. 샤머니즘이란 말 자체가 만주어입니다. 엑스타시 현상 - 다른 말로 빙의현상(憑衣現像)이라고도 합니다 - 에 의한 종교현상을 통틀어 샤머니즘이라고 합니다. 협의의 뜻으로는 동북아시아 계통의 특이한 종교현상을 가리킵니다. 이 문화권에서 3을 특히 강하게 숭배하고 있습니다. 


우리 무당들을 보면 삼지창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창은 찌르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무당들은 이 세가지의 신기(神器)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속상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신화에도 삼종신기가 나옵니다. 천손(天孫)인 니니기노미코도가 세가지 보물을 갖고 내려옵니다. 이 신화는 김 수로왕 신화와 그 내용이나 구조가 동일합니다. 그래서 일본 천황들은 모두 세가지 신기를 갖고 있습니다. 원래는 우리가 갖고 있었던 것인데, 우리 민족의 혈통과 문화를 가진 집단이 그대로 보존한 것입니다. 


이 세가지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울입니다. 거울 다음에 칼, 그 다음이 방울입니다. 우리 같은 경우는 금관이 될 수도 있고, 동북시베리아 계통에서는 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거울의 중요성은 고고학적인 면에서도 드러나는데, 여기서 해석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무당이 갖고있는 삼종신기가 일본에서 보여지는, 또는 우리 유물에서 발견되는 삼종신기와 그 맥락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삼종신기를 청동기문화라고 간주합니다. 그래서 단군신화의 성립연대는 청동기시대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화에는 원형과 변형이 공존하니까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동북시베리아 계통에서는 청동기로 된 삼종신기는 나오지가 않고 있습니다. 한반도나 만주 또는 서북 일본에서는 청동기로 발견이 되는데, 그쪽에서는 청동기로 발견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3'이 나타내는 민속상의 예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3자를 좋아하지요? 우리는 흔히 내기할 때 3자를 많이 씁니다. 어려서부터 우리는 '삼세번'이란 말을 많이 들어 왔습니다. 이 시대까지 '3'자가 지니는 의미가 그대로 내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산을 숭배할 때에도 우리는 꼭 세 신을 숭배합니다.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것은 우리의 장송의례(葬送儀禮)와 산속의례(産俗儀禮)에서도 이 3의 원리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태어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죽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장송의례와 산속의례 두가지는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떤 한 집안이 나름대로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의례를 가지고 있다면, 그 의례는 쉽게 변하지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조금 변했죠. 그 곳은 기후 환경이 워낙 틀리니까요.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잘 변하지 않습니다. 


이 장송의례와 산속의례는 '3'이라는 숫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애기를 낳으면 애기의 태를 삼일째 또는 삼일 이내에 처리해야 됩니다. 그 다음 금줄 있지요, 옛사람들도 금줄이 우리가 알고있는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분들은 달랐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금줄은 삼칠일동안 답니다. 여러분들, 뭐 생각나는 게 없습니까? 단군신화에 삼칠일이라는 말이 나오죠(食之忌三七日...). 그런 관련이 있습니다. 금줄은 왼쪽으로 꼽니다. 일상의 것이 아닌 신성한 것이기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왼쪽으로 꼬는 것입니다. 


TV에서 보면 사람이 죽었을 때 저승사자가 옵니다. '전설의 고향'을 보면 저승사자가 오는데, 보면은 너무들 해요. 왜 그렇게 우리 민족문화를 모르는지 모르겠어요. 저승사자가 한명이 오는데, 그게 아니예요. 저승사자는 세명씩 옵니다. 상가집에 가 보시면 저승사자가 신는 짚신이 있습니다. 짚신을 세켤레씩 갖다 놓아요. 그리고 밥을 세그릇 가져다 놓습니다. 저승사자가 세명이 왔으니까요. 그런데 TV에서는 하나씩 놓습니다. 


이 외에도 '3'과 관련된 것들이 여러가지 있지만 지루하니까 한가지만 더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서양에서는 아라비아 숫자로 '3'이라고 쓰지 않습니까? 이 숫자가 생산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터놓고 얘기한다면 sex를 상징하는 숫자라고 합니다. 고대인들에게 sex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생산과 직결되니까요. 봄에 씨뿌리기 전에 젊은 부부들이 들판에 나가서 sex를 합니다. 젊은 부부들이 가진 왕성한 생산력이 대지의 힘으로 전이(轉移)되어서 곡식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합니다. 그런 풍습이 있었습니다. 신화에 sex가 커다란 주제로 되어있는 이유는 바로 생산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3'이라는 숫자의 형태 자체가 바로 인간이 가진 생식기를 상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3'이라는 숫자는 우리 문화뿐만 아니라 불교나 기독교 또는 동북아시아 계통이라든가 다른 문화권에서도 숭배를 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다른 문화집단이 가진 이 뜻들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민족에게 있어서 특히 단군신화에 있어서 이 '3'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민족이 지향하는 갈등과 투쟁을 넘어선 조화의 논리인 것입니다. 1과 2의 대립을 지양해서 3이라는 숫자가 이루어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1과 2가 3으로 그냥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1과 2의 상호작용을 거치는 겁니다. 1이 가지는 기본적인 성격이 있을 것이고 2가 가지는 기본적인 성격도 있을 것이고, 여기서 어떤 관계가 맺어집니다. 이 맺어지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결론이 '3'입니다. 조화로움으로 나타나는데, 이 과정이 현실적 타협과는 다릅니다. '3'의 논리는 1과 2가 자기의 역할을 찾고 위치를 정립하면서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 나타나는 것입니다. 단군신화에서 '3'의 논리를 드러낸다고 해서 과정없는 결과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래에 많은 움직임들이 있고 한민족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될 것은 역사의 결과물들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이 머지않은 장래에 부흥하려면 그 때까지는 우리 민족 구성원들의 절실한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우리의 선인들이 어떤 예언을 했다면 또 천지의 이치가 그렇게 규정되어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역사활동 진행을 알고 나서 예언한 것입니다. 인간이 노력하지 않으면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진리입니다. 


태백산정 신단수에 환웅이 하늘로부터 내려옵니다. 이 내려오는 지점이 또한 인간세계, 즉 인세(人世)란 말로 표현되어있습니다. 인간세계 중에서도 여기는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인간세계의 가장 중심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가 태어날 때도 여기서 태어났고, 석가모니가 태어날 때도 여기서 태어났고, 또 여러분들이 태어날 때에도 여기서 태어난 겁니다. 이곳이 바로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가장 위대하고 성스러운 장소입니다. 대지의 축(軸)입니다. 지구와 우주가 만나는 가장 기본적인 축입니다. 여기에 산이 있고 나무가 있다면, 바로 가장 중심이 되는 산이고 가장 중심이 되는 나무입니다. 이것이 바로 태백산이고 신단수입니다. 


말하기 곤란한 이야기인데요, 여기에 인격적인 신의 개념이 적용된다면 신이 사는 집이 있겠죠. 이것이 당집입니다. 신정일치시대 때 당집이 되면 정치의 중심지 곧 궁궐이 됩니다. 수도입니다. 흔히들 신시(神市)라고 합니다. 어느 문화집단이든지 간에 크고 작고를 떠나 한 마을이면 마을, 도시면 도시, 한 나라면 나라 나름대로의 이런 장소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집단이든지 그러한 신령스러운 곳을 가지고 있고, 그곳은 대부분 산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에겐 태백산이었습니다. 수미산이나 올림푸스산 또한 시온산이나 수메르의 피라밋도 이런 맥락에서 연결이 됩니다. 이 자리에 있는 나무를 숭배하는 것은 고대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졌던 신앙이었습니다. 그것을 수목숭배신앙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신화나 종교설화를 보면 나무와 관련이 많습니다. 동북시베리아계통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신은 하늘에서 나무를 타고 내려옵니다. 그런데 거꾸로 인간이 신이 될 때는 바로 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게 됩니다. 무당들 자신들이 무당이 되기 위한 의식을 거행할 때 나무를 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나무를 오르는 시늉을 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없는 데서는 덩굴을 사용합니다. 덩굴마저 없으면 새끼줄이라도 매달아 놓고 타는 시늉을 해야 됩니다. 이것을 천계상승(天界上乘)이라 합니다. 하늘로 올라가는 의식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당나무 신앙이 바로 이겁니다. 여러분들은 십자가는 잘 알아도 당나무는 잘 모를 겁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나무라는 것이 마을마다 다 있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에 들어와 정부의 권력자들에 의해 사라집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가 다 없어지는 것입니다. 


나무가 있으면 그 나무가 모여서 된 숲이 있습니다. 동네에 있는 나무는 별개이겠지만, 산에 있는 나무는 숲이 있습니다. 이 숲 자체가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입니다. 경상도에 골맹신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국사기에도 시림(始林)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신성한 숲을 말하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수목숭배신앙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수풀숭배신앙도 남아 있습니다. 쓰시마에 '사고(佐護)'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는 산숭배에서 수풀숭배로, 나무숭배에서 당집숭배로 변해가는 과정이 하나의 '신사(神社)' 안에 있습니다. 


이렇듯 신단수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런 이유로 이승휴가 쓴 제왕운기에는 단웅(檀雄)이 나오는 겁니다. 환웅천황이 당나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것입니다. 신단수는 사실은 인류문화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하나의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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