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화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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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국학 자료원'에서 편찬한 '한국민간문학개설'에서 인용한 것 입니다.
한국-김선풍, 중국-김금자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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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절 신화의 개념
1.신화란 무엇인가?
우리들은 '신화'라고하면 곧 우리들의 상상속에 있으면서 하늘땅을 마음대로 오르내리며 세상 만물을 임의로 좌우지하는 그러한 영험한 신적 인간을 연상하게 된다. 우리가 '상상속' 혹은 '환상속'이라고 하는 것은 그 누구도 신이거나 신령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사람이 없 을 뿐 아니라 사실상에서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신비한 것에 대한 상상 의식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수천년을 두고 '신의 존재'는 이미 사람들의 의지에 의해 전이될 수 없는 보통 존재가 아 닌 신성한 존재로 되었다. 그것은 상상속에 존재하면서도 큰 힘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신화가 산생하고 성행하던 원시 사회에서 신앙은 사람들의 관념 속에서 신성한 존재로,신봉하는 대상으로 되었 던 것이다. 신화는 바로 이러한 신을 주인공으로하는 신의 이야기를 말한다.
신화에서 신령스러운 영웅신은 사람들을 대자연의 도탄 속에서 구원 해주고 보호해주는 가상적인 인물로 설정되어있다. 중국의 고대신화 <아홉 태양을 쏴 떨군 익(羽射九日)>에서 활을 잘 쏘는 익신은 10개 태양의 폭사와 수원의 고갈로하여 사람들과 모든 생물들이 다 불타고 말라들어 도탄 속에서 헤메일 때 하늘의 아홉 태양을 쏴 떨구어 만물 을 소생시켰다고 한다. 그리하여 한 개만 남게 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태양계가 생겨났고 재난도 구원된 것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이런 신 화에서 우리는 원시인들의 대자연에 대한 인식 정도와 그것을 전승하 려는 투쟁정신을 들여다보게 된다.이에 대하여 맑스는 일찍 이렇게 지적하였다. "그 어떤 신화든지 모두 상상속에서 혹은 상상을 빌어 자연의 힘을 정복하고 자연의 힘을 지배하며 자연의 힘을 형상화한 다...... 신화는 사람들의 환상을 거쳐 비의식적인 예술방식으로 표 현된 자연과 사회형식 그 자체이다." 신화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상 상,신화적 환상은 당시 원시인들에 있어서는 진짜로 믿는 사실처럼 이해되었으며,꾸며낸 이야기가 아닌 진실한 인식과 소원으로 표현되 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화는 원시인들이 가지고 있던 자연과 ㅅㅏ회 에 대한 왜곡된 관념과 표상, 그에 기초한 신앙심과 종교적 관념에 토대하여 생활을 반영한 무의식적인 예술적 개작인 것이다. 오늘 현 대인의 안광으로 볼 때 신화는 비과학적이고 황당무계한 것이지만 그 것은 원시인들의 정신 생활의 반영이며 구체적인 생활적 기초를 가진 예술적 반영이다. 거기에는 그 해당시기의 자연형태와 사회형태 그리 고 원시주민들의 생활정경,도덕적 관념,세태 풍습, 그들의 염원과 지 향이 소박하게나마 그려져 있는 것이다. 오늘 신화를 연구하는 목적 도 바로 여기에 있다.
2.신화는 어떻게 창조되었는가?
원시 인간들이 동물계에서 벗어다 인간계에로 넘어왔을 때에는 동물 과 구별되는 비상한 두뇌와 두 손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생존을 위 하여 원시 인간들은 주위에서 욱실거리는 맹수들과 싸워야 했으며 무 시로 변하는 대자연의 위협에 맞서야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손과 대뇌의 발전을 가져왔고 노동 도구도 만들어내게 되었다. 노동실천의 반복과정에서 최초의 인류는 점차 마리가 트게 되었고 대자연을 인식 하고 대자연을 개조하려는 욕망이 생기게 되었다. 이리하여 인류는 점차로 세계를 인식하고 자연을 정복해가는 문명의 길에 들어서게 되 었다. 바로 이 역사적인 입구처에서 인류는 최초의 생산 공구인 돌도 끼,활,찍개,긁개 같은 것들을 만들어 냈고 최초의 정신적 산품인 신 화를 창조해 낼 수 있었다. 초기에 원시인들은 생존을 위협하는 준엄 하고 무정한 대자연에 대하여 말할 수 없는 공포감과 함께 부지기수 의 의문들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을 인식하 고 정복하려는 인류의 염원과 욕망을 더욱 촉발시키기도 하였다. 불 가사의한 의문의 산생은 또한 그것을 해석하려는 상상력을 더욱 계발 시켰다. 그들은 감성적이고 소박한 원시적 사고 방식으로 대자연의 변화로부터 인류 자신의 생리적 변화에 이르기까지 상상의 힘을 빌어 해석하였다. 원시인들의 상상속에서 꿈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계시였다. 그들은 꿈 속에서 자지 않을 때와 같이 산에 가서 사냥도 하고 강에 가서 고기도 잡았으며 또 다른 씨족민들과 싸우고 죽이고 죽기도 하였다. 그런데 잠을 깨고 보면 자기는 죽지도 않았고 어디도 가지도 않고 그곳에 누운 채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또 죽은 사람도 그들의 생시와 같이 산사람들과 함께 있는 꿈도 꾸었다. 이러 한 기이한 현상은 그들의 상상력을 크게 계발시켜주었다. 그들은 사 람이 죽은 후 누워 있는 모양이 산 사람이 잘 때와 비슷한 것으로부 터 죽은 사람도 산 사람이 꿈에서 활동하는 것처럼 현실이 아닌 다른 경지의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다. 이로부터 원시인 들은 사람에게 손으로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으며 감각할 수 있는 실 재한 육체 외에 또 공허하고 만질수도 볼 수도 없는 정신적인 지배력 과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원시인들은 죽은 사람이 꿈 에 산 사람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죽은 육체를 떠난 영혼이 떠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상상하였다.원시인들의 이런 영혼 관 념은 후에 더 확대되어 물활론 관념으로 발전하였다. 이른바 물활론 관념이란 세상의 일체 사물은 모두 사람처럼 사상이 있고 감정이 있 으며 각종 자연 현상의 배후에는 모종의 신비한 지휘자가 있는데 그 것은 초자연,초현상의 위력을 갖고 세상의 모든 것을 주재한다고 보 는 관념을 말한다.원시인들은 그 주재자가 바로 영혼이 있는 '신'이 라고 여겼다.이런 신비로운 힘은 자기들의 생활에 도움도 주고 재난 을 들씌우기도 한다고 생각하였다. 엥겔스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 다."자연의 신이 인격화 됨으로하여 최초의 신이 나타나게 되었다."
원시인들은 사람 자신의 형상에 비추어 다종 다양한 신들을 만들어 내었으며 동시에 신들의 생활 운동과 그들간의 싸움이 마침내 복잡하 고 거창한 자연현상을 이룬다고 생각하였다. 고대 희랍인들은 일월성 신,산천해륙,그리고 비온뒤의 무지개와 강가에 피어난 수선화까지도 그 모두가 신의 조화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였다.따라서 인류에게 주 는 화복수요(禍福壽夭)등은 모두 신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 고 보았다.태양의 움직임은 태양신인 아포로스가 천차(天車)를 몰고 하늘에 떠돌아 다니는 것이며 세차게 타오르는 산불은 불신이 불을 뿜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중국 신화에서 나오는 일신,월신,풍신,운 신등도 모두 그러한 표현의 하나로 된다.조선 민족의 <단군 신화>에 나오는 풍백,우사,운사도 바로 자연을 다스리는 초인간적인 힘을 가 진 신으로 묘사된 것이다. 이렇게 호기심과 의심스러움으로 충만된 원시인들은 만사만물의 기인과 변화에 대하여 모두 억측과 환상적인 해석을 가하고 의인화적인 묘사를 주었다.그리하여 자연 현상을 신화 적으로 해석하고 우주 만물의 내력을 환상적으로 설명하는 해석신화 가 창조되게 되었던 것이다. 생산력의 발전과 인식능력이 제고됨에 따라 점차 개벽 신화와 인류기원 신화가 나오게 되었고 그 후 조상 신,마지막으로 권력과 결합된 지배신-천제와 같은 신이 나타나게 되 었다.이렇게 자연신화가 먼저 나오고 인문 신화가 후에 산새하였다.
신화에는 토템 관념으로 생겨난 토템 신화들도 있다. 토템이란 원시 인들이 자기들의 생산 노동,생활과 가장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동식 물이 자기들과 그 어떤 혈연적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데서 생긴 환상 적 표상이다. 원시인들은 이러한 환상적 표상과 종교적 신앙심에 기 초하여 인간의 시원을 해석하고 토템으로 삼는 동물을 조상으로 숭배 하면서 그 동물의 이름을 자기 종족의 명칭으로 불러왔으므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런 동물을 사냥하지는 않았다. 중국 남방 운남 성 결룡현 유사하 상류에 사는 극목인들의 고장에는 지금도 범씨족, 물새씨족,참새씨족,꿩씨족 등으로 불리우는 종족들이 살고 있음을 보 게 된다. 그들은 그런 동물들을 자기 씨족의 토템으로 삼고 그런 연 유의 신화를 전승하고 있으며 자기 씨족 토템의 동물에 한해서는 접 촉마저 엄금하는 금기풍속이 있다. 그들은 만약 그런 동물을 만지면 껍질이 한 번 벗겨지며 그 고기를 먹으면 이빨이 빠지거나 심하면 죽 을 수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옛날 고조선시대에 부여에서도 말,소, 돼지 등의 동물이름을 부족의 이름으로 삼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예족은 뱀을 제사하여 신으로 삼았다고 한다. 토템으로 숭배되는 대 상으로는 동식물 외에도 구름,바위와 같은 무생물도 추대되는 수가 있다.원시인들은 자연에 대하여 신비성과 신성성을 부여하여 숭배하 였다. 그들은 토템신은 그 씨족들에게 복을 갖다주며 자기 씨족성원 들을 보호하여 준다고 여기는 데서 일반적으로 토템신을 보호신으로 삼았다. 후세에 전하여 내려온 토템 성격을 띤 신화들은 바로 이와 같은 원시인들의 토템 관념으로부터 창조된 신화였다고 볼 수 있다.
3.신화의 성격 및 원시 종교와의 관계 신화는 원시사회현상을 반영한 인류 최초의 설화형식으로서 후에 발 생,발전된 설화인 전설이나 민담과 구별되는 자기의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 신화는 신화시대라고 불리우는 원시고동체사회에서만 산생될 수 있는 문학 형식이다. 그것은 신화에서 환상을 빌어 굴절적으로 반 영된 당시의 현실과 인식이 오직 원시사회와 같이 생산력과 사람들의 인식수준이 극히 낮고 유치한 상태에서만 산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기에 창조,발전된 전설,민담에서도 환상이 작용하지만 그것은 신화 에서의 환상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신화의 환상 세계는 그들이 원 시신앙적 관념에 기초한 진실로 믿는 사실이라면 전설,민담에서의 환 상은 사람들이 자기의 이상과 염원을 기탁하는 예술적 표현 수법으로 허용된 환상이었다. 따라서 원시인들처럼 그런 환상들 자체가 현실자 체라고 믿지 않았다. 그것은 생산력 발전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생활 에서 신화적 사고가 지양되기 때문이다.
둘째,신화에는 신성성과 엄숙성이 부여된다. 신화는 원시적 신앙심으 로부터 찬조된 신이거나 신격을 가진 반신반인을 주인공으로하여 이 야기가 전개된다. 원시인들은 그런 신들이 전지 전능한 초자연,초현 실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으므로 숭배하고 신성화하였다. 그러므 로 때때로 굿이나 종교적 성격을 띤 제천,연신의식을 거행하였으며 신을 위로하면서 자기들의 명복을 빌었던 것이다. 많은 신화들은 이 런 의식에서 맞이하는 신들의 이야기로서 신이 활동하는 시간,장소, 환경은 모두 신성한 경지로 묘사된다. 물론 전설이나 민담의 경우에 도 환상적인 신이거나 그런 신성한 경지가 주어지지만 그것을 현실적 인 주인공인 보통 인간과 사실들을 위해 복무하는 것으로서 차요적 위치에 서게 된다.
셋째,신화에 나오는 신은 어디까지나 인격화된 신으로 묘사된다. 이 것은 신화가 다름아닌 원시사회의 인간 생활의 현실에 기초하여 신의 세계를 창조하였다는 것을 말하여준다. 원시인들은 신이 초인간적인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좀더 신성한 경지에서(하늘에서 혹은 용 궁에서)산다고 보았지만 그런 신들도 인간 세상에 있는 사람처럼 사 고하고 행동하며 생활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원시인들은 신에 게 인간의 특성을 부여하고 인간 생활을 모델로하여 신화를 창조했던 것이다.따라서 신화는 보다 환상적이면서도 의인화된 형상으로 특징 되며 신적인 외피를 입고 생활을 굴절적으로 반영하게 되었던 것이 다. 이것이 또한 신화로하여금 그 내용 면에서 주체성,환상성,기이 성,황당성을 동반하게 된 요인으로 된다.
신화는 원시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원시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공통한 발생근원을 가진다. 그러나 양자는 본질적으로 다른 인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하여 후기에 서로 다른 길로 갈라졌다.
신화는 원시종교와 똑같은 사회기초와 인식 근원에서 발생했다는 것 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최초의 종교라고 볼 수 있는 제 천의식에서 숭배하던 신과 신화에서 이야기된 신은 다같이 원시 종교 적 산물이었다.양자는 다같이 가상적이며 초인간적인 것을 숭배하고 위로하며 찬송하였다. 또한 여기에서 숭배와 신앙은 모두가 신의 보 호와 도움을 얻으려는 공리적인 목적에서 진행된 행위였다. 미분화상 태에 있는 원시 문화현상에서 신화와 원시종교는 불가분리적 관계,호 상 의존하고 침투하는 관계 속에서 오랜 역사적 행정을 경과하여왔 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그 통일체의 원시문화 현상을 분석해볼 때 문학의 시원이었던 신화와 후기에 사회종교로 발생한 원시종교는 그 발전과정과 이용에서 엄연한 차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양자의 내용과 의의적 측면에서 고찰해볼 때, 1)신화는 자연을 인식하고 정복하려는 소박한 염원,주동성과 능동성 이 비교적 강한 것에 반하여 원시종교(혹은 자연종교)에서는 자연을 무서워하고 자연에 굴종하는 색채가 더 농후하여 그 피동성과 수동성 이 주도적이라는 것이다.
2)신화는 비교적 천진하고 순박한 자태로 표현되나 원시종교는 비속 하고 신비화하는 인위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3)신화는 형상적,심미적 흥취성과 사건성이 있어 원시예술 내지 예술 적 의식과 서로 연계되어 후에 문학예술로 발전할 수 있는 것에 반하 여 원시 종교는 굿 혹은 주술적 의식과 연계되어 주관상에서 미신적 심리가 주도적이었으므로 그 후 오래지 않아 원시자연종교로부터 인 위적인 사회종교로 변하게 된 것이다. 이리하여 원시종교는 설교와 신비성을 점점 더하게 되었다.
원시적 굿은 본래 신화와도 관계가 밀접하였지만 원시종교에 놓고 말 하면 그것은 더욱 핵심적 지위에 놓여 있었다. 원시 사회가 점차 해 체되고 계급 사회가 출현되던 시기에 이르러 굿은 통치계급들에게 이 용되어 그의 비속성,신비성,우매성이 더 심해져갔다. 권력자들은 무 당을 매수하여그들에게 제사(帝師)라는 벼슬을 주어 종교에 정권의 힘을 부여함으로서 종교가 급을 갖추고 종교의 신도 점점 승격하여 인간세계로부터 구중천에 올라갔다. 매구당한 제사들은 통치계급의 수요에 배합하여 최고 통치자를 신의 형상으로 부각하고 그에게 일체 통치권을 부여하여 마친내 상제(上帝)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와 동시 에 이들은 서민들의 신앙심과 우매성을 이용하여 "빈부귀천은 하늘에 달렸으며 이생에 고생하더라도 내세에는 복을 받으리라"라는 따위의 기편 수단으로 서민을 우롱하였던 것이다. 이리하여 원시인들의 소박 한 신앙심으로부터 발생한 원시자연종교는 계급 사회 이래 통치 계급 에 이용된후 인위적인 사회종교로 변하여 노동 서민의 정신을 마비시 키는 '아편'으로 전락되고 말았다.
제2절 신화의 분류와 내용 신화는 인류가 지구에 생성한 이래 창조한 최초의 문화소산이다.신화 는 인류가 생겨나서 처음으로 창조해낸 원시문학예술인 것으로하여 오랜 문학발전과정을 연구하는 데서는 물론 원시사회 역사를 연구하 는 데서 귀중한 자료로 된다. 세계적인 범위에서 보면 신화유산은 푸 부하고 다채로운 각양각색의 형태를 보여준다.중국의 수십개 소수민 족의 신화들도 세계신화의 보물고에서 그 이채를 빛내고 있다. 수많 은 신화작품들을 내용적 측면에서 혹은 예술적 표현형식의 측면에서 또는 분포,전승되는 지구와 범위의 측면에서 그 연구목적에 따라 여 러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신화를 주로 내용적인 측면에서 분류해보 면 다음과 같다.
1.천지개벽신화 천지 개벽신화는 신화중에서도 제일 이른 시기에 창조되었다. 이 부 류에 속하는 신화들은 우주의 생성 및 만물의 기원에 대한 인식을 반 영한 해석적인 내용들을 기본으로하는 자연 신화들이다.한족의 신화 <반고가 천지를 개벽하다>는 동방국가들에 널리 알려진 개벽신화이 다. 중국의 많은 소수민족지구들에도 여러 가지 천지개벽신화가 전승 되었다. 따이족의 천지개벽신화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태양의 빛과 바람이 화합하여 조물주 잉빠가 태어났고 잉빠의 땀이 변하여 큰 강 과 바다로 되었다.잉빠는 먼저 물과 땅을,후에 하늘을 만들었다고 한 다. 원시인들은 많은 신화들에서 <반고신화>와 비슷한 줄거리의 이야 기를 전하고 있다. 원래 우주는 개벽되기 전에 천지가 혼돈된 가운데 서로 옹켜져 밤과 낮,하늘과 땅의 구병이 없는 흐리멍텅한 물체였는 데 그때 거인이 나타나 천지를 개벽하였다는 것이다. 우주만물의 기 원에 대하여서는 거인 혹은 거수(巨獸)의 신체의 각 부분이 변하여 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예하면 두 눈은 해와 달이 되고 머리카 락은 수림,내장은 강,위는 바다(혹은 못)로,두 다리와 팔은 기둥이 되어 하늘땅을 갈라 놓았다는 등의 해석이 비교적 보편적이다. 이런 신화들에서 우리는 원시 고대인들의 천진하고 소박한 환상적 사고 방 식을 들여다보게 된다.
2.인류 기원에 관한 신화 이 유형의 신화들은 인류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특점이 있으 므로 천지만물의 기원신화와 구별된다. 인류기원은 그야말로 각양각 색이다. 그 몇가지를 다시 귀납해보면 다음과 같다.
1)사람은 흙으로 빚어 만들어졌다는 설 중국 남방의 따이족,두룽족,묘족,ㅉ족,이족등 여러 민족의 신화들은 모두 인류는 하늘신이 흑ㄹ을 빚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 것은 한족 신화에서 여와가 황토를 빚어 사람을 만들었다고 하는 이 야기와 비슷하다. 고대 희랍,고대 애굽,바빌론 신화들에도 이와 비슷 한 설법이 있다. 흙으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구석기 시대의 도자기 수공업의 출현과 관계시켜 상상해낸 것으로 분석된다.
2)사람은 박 속에서 나왔다는 설 이런 신화는 세계 여러 나라와 중국 여러 소수 민족들에게 보편적으 로 창조,전승된 신화로서 박은 씨가 많으며 번식능력이 강한 현상과 박이 점점 커지는 표상을 임신부의 복부현상과 일치시켜 상상한 것으 로 분석된다. 이 형의 신화는 후기의 홍수 신화에서 더 발전되었다.
3)사람은 동굴에서 생겨났다는 설 와족의 신화 <우리는 어떻게 오늘까지 살아왔는가>에서 사람은 바위 굴 속에서 나왔다고 하였다.아프리카주의 인류기원 신화에도 이런 해 석이 있는데 이것은 최초의 인류가 동굴 혹은 땅굴 속에서 산 생활 실정으로부터 연상하여 창조한 신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제 주도<삼성신화>,<금와신화>가 암출 신화에 속한다.
4)난생설 난생설은 원시인들이 조류를 관찰하고 다른 난생 동물이 생육하는 것 을 관찰하는 데서 계시를 받은 사고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동족 의 고대가요와 신화에는 자라어머니가 알을 까서 품었더니 남자 쑹언 과 여자 쑹솨가 나왔는데 그들이 후대를 번식시켜 세상에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고 전한다. 우리 민족의 혁거세 신화와 수로 신화에서 는 혁거세와 수로왕의 6형제가 모두 알 속에서 나왔다고 전하고 있 다.
5)인류기원에 관한 신화는 이외에도 사람은 잰내비(원숭이)가 변하여 되었다는 설,나무가지 혹은 참대 속에서 나왔다는 설,다른 물질(무생 물을 포함)이 변하여 되었다는 등 여러 가지 설들이 있다. 이처럼 인 류 기원 신화는 다종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바 주로는 원시인들이 자기주위 세계에서 보는 비교적 익숙한 사물을 관찰하는 데로부터 연 상하여 해석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3.홍수 신화(인류재생신화)
홍수신화는 세계적으로 분포되고 전승되는 신화다.여러 나라,여러 민 족들에서 전승되는 내용은 서로 각이하지만 그 중 주요한 줄거리는 비슷하게 표현된다. 이 신화를 보면 아주 오랜 옛날 홍수가 범람하여 이류는 몰살되고 오직 두 남매만 박 속에 들어가 다행히도 살아남았 다고 전한다.살아남은 두 남매는 세상에 인종을 남기기 위하여 결혼 하였다고 한다. 결혼할 때 두 남매는 서로 다른 산봉우리에 올라가서 각기 암맷돌과 숫 맷돌을 굴렸는데 두 맷돌판이 합하여졌다거나 혹은 두 산봉우리 위에서 불을 피워 그 연기가 하늘에 올라가 서로 합해진 것을 보고 신이 남매의 결혼을 동의한다는 증거로 삼았다는 것이다.
홍수 신화는 인류 역사상에 일찍 큰 빙하기가 있어 인류가 몰살되는 참극이 벌어졌던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한 큰 재난은 인류에게 잊을 수 없는 비참한 인상을 남겼고 마침내 그것은 신화에 전해져 내 려왔던 것이다. 남매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인류의 재생을 설명한 이 신화는 인류역사상 혈연 혼인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중 국에 있어서의 홍수 신화의 분포 정황을 보면 대부분 서남지구 소수 민족들에게 집중된 특징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그 지구에 경상적으 로 홍수가 범람하는 사실과 부합된다.
4.생산과 생활기술에 관한 신화 물질생산활동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실천활동이다.인류는 새존을 위하여 험악한 대자연과 투쟁하는 가운데서 불을 발명하고 곡식을 심 어 먹을 줄 알게 되었으며 점차 생산 공구도 만들어내게 되어 농업, 목축업도 영위하게 되었다. 이것은 인류 자신의 총명과 지혜로 창조 된 것이지만 그 최초의 내원을 모두 신의 공로로 해석함으로써 생산 과 생활기능에 관한 신화가 창조되었다. 곡식 종자의 내원에 관한 신 화는 장족,부의족,수족,묘족,동족 등 여러 민족들이 창조,전승시켰 다. 두룽족의 창세신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늘신의 딸 무에이 지가 지상의 펑이라는 청년에게 시집왔는데 하늘신은 딸이 떠날 때 각종 성축과 오곡 종자를 주어 그때로부터 인간은 목축업과 농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생산기술에 관한 어떤 신화들에는 신과 싸우고 신을 전승하는 줄거리들이 삽입되어 있는 것이 있다.이것은 인류가 생산력의 발전에 따라 그전에는 전적으로 신만 믿고 그에 의거하였다 면 점차 인간 자신의 힘만 믿고 대자연과 투쟁하여 거대한 승리를 쟁 취하게 된 사실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이것은 원시 인간이 무지 몽매로부터 생산 노동과정에서 지력이 발전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5.씨족 기원신화 씨족의 기원을 밝히는 신화의 원시적 형태는 동물 숭배의 토템 신화 라고 볼 수 있다.원시인들은 자기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동 물에 대하여 혹은 그에 대한 의구심으로부터 그것을 동화시키려는 목 적에서,혹은 어느 동물에 대한 친밀감으로부터 그러한 동물들이 자기 들을 해치지 않을뿐더러 자기들을 보호해 주었으면 하는 염원이 생기 게 되었다.이리하여 그런 동물을 숭배하는 토템 관념이 생기고 잇달 아 토템 신화도 창조되게 되었다. 우리 민족의 <단군 신화>는 이러한 씨족 기원의 신화로 볼 수 있다.단군은 하늘신과 웅녀와의 소생으로 서 하늘신의 아들로 묘사한 것은 자기 종족이 신과 관계되는 신성한 종족임을 나타내려는 것이고 웅녀의 소생이라고 한 것은 고조선 종족 들의 꿈에 대한 숭배심을 설명해준다. 중국 남방지구의 소수 민족신 화들에는 뱀과 통혼하는 내용의 신화들이 비교적 많은데 이것은 그 지대에 뱀이 많아 사람들을 해치는 일이 많았던 사정과 관계된다. 또 개토템신화도 적지 않은데 이는 개를 사육하는데서 개가 사람들을 도 와 사냥도 하고 사람을 보호해 주었던 사정과 관계된다. 영웅 신화는 고대 영웅들의 영웅적 업적을 찬양한 내용의 신화로서 이런 영웅들의 형상에는 흔히 그 민족의 성격과 기질이 포함된다. 그들은 자연과의 투쟁에서 인류에게 덮친 재난을 물리치고 인류에게 복을 마련해 주었 으므로 사람들은 그들의 용감한 정신과 탁월한 공로를 신화를 전하여 왔던 것이다. 하사크족의 <영웅 칸더바이>는 전기적 색채를 띤 신화 이야기이다. 칸더바이는 나서 엿새만에 웃을 줄 알고 열흘 만에는 걸 을줄 알았으며 여섯 살이 되어서는 벌써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났다.
그는 힘센 장수로 태어나 혼자서 깊은 우물에 빠진 소를 끌어내었고 승냥이 입에서 임신한 노새를 빼앗아 천리노새를 얻었다. 그는 무슨 일이나 전적으로 남을 위하였고 자기의 것이란 따로 없었다. 그는 천 리마의 도움을 빌어 일곱 대가리마귀를 죽이고 신왕이 있는 곳에 가 서 신왕에게 잡혀간 가난한 사람들을 구출해낸다.용감한 칸더바이가 있은 후부터 그의 고향은 종래로 다른 종족의 침해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족의 <영웅 지거아룽>,라후족의 <짜구짜애>도 이런 영웅 신 화로서 오랜 세기를 두고 그 민족들 중에 전승되며 찬양되어왔다. 이 런 신화들에는 최초의 자연 신화들에 만물신만 나타나던 것에 반하여 인간신이 등장하여 인간을 형상하는데 들어가게 되었다. 사람들은 영 웅 인물들에게 집체의 모든 지혜와 힘을 집중시켜 그를 자연신을 이 겨낼 수 있는 인간신으로 부각시켜 갔다. 이것은 인류가 자연을 점차 정복하게 되고 인간 자신의 힘을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생겨난 신화이 다.
신화의 이상과 같은 대략적인 분류를 통하여 우리는 인류의 이른 시 기 신화들이 어떤 생활 내용들을 반영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게 된 다. 또한 신화가 처음엔 순수 자연신화로부터 어떻게 인문신화로 변 화되었는가 하는 자취도 엿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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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계속되는 글로서 우리 민족의 신화에 대한 글이 실려있는데 이 는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는 고조선 신화와 해모수 신화에 대한 이야 기 이므로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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